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한 해 성과가 나왔다. 흑자 기업은 소수로 다수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최근 경영난으로 파산 선고를 받은 곳도 있다. 과거 투자시장의 총아로 각광 받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옥석 가리기' 단계에 들어왔다. 생존게임을 시작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재무적 관점에서 주요 플레이어들의 생존 가능성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봤다.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와 아이엠(i.M) 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는 합병 논의와 더불어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친다 해도 곳간이 비어가고 있어 자생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이들이 보유한 실탄은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는 물론 우티한테도 뒤처지고 있다.
그나마 브이씨엔씨의 사정이 진모빌리티보다 나은 편이다. 브이씨엔씨는 옛 주인인 쏘카로부터 70억원을 빌려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 현 주인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와 쏘카의 주주 간 협약에 따라 추가 출자도 기대되고 있으나 아직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경쟁사 대비 뒤쳐지는 실탄 경쟁력
브이씨엔씨의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91억원으로 전년(472억원)대비 5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매출이 42억원 수준인데 반해 판매촉진 등 마케팅 프로모션으로 165억원을 쓰면서 지출이 커진 탓이다. 브이씨엔씨와 합병 논의가 진행 중인 진모빌리티의 현금성자산이 77억원 정도, 두 회사를 합치면 단순 계산해 168억원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3906억원), 티맵모빌리티(3798억원)는 물론 우티(623억원)에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플랫폼 사업이 기술과 자본력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보면 브이씨엔씨와 진모빌리티는 실탄 경쟁력에서 밀리는 구도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도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둘 다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태다.
양사의 합병은 택시 중개 플랫폼 위주의 신규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못해도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 만큼 투자유치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대형 승합차량 기반의 콜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합병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경우 브이씨엔씨는 별도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택시 중개 플랫폼을 떼주면 본사에는 가맹택시(타다 라이트) 사업만 남는데 이를 키울 여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분법손실 누적, 합병논의 결과 따라 출자여부 갈릴 듯
브이씨엔씨는 2대 주주인 쏘카로부터 50억원, 쏘카의 자회사인 에스카로부터 20억원을 차입했다. 원래라면 지난해 상환해야 하나 쏘카 측에서 만기 연장을 해줬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상 장기차입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쏘카 및 에스카와 현재 브이씨엔씨의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 간에 맺은 '금전대여 계약에 대한 합의'에는 양대 주주 등이 브이씨엔씨에 대해 추가 출자를 완료한 이후의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유상증자 전까지는 계속 쓸 수 있는 돈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21년 10월 브이씨엔씨 지분 60%를 600억원이 인수했다. 지분 100% 기준 에퀴티밸류는 1000억원인 셈이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비바리퍼블리카의 보유지분 장부가액은 394억원으로 깎였다. 계속된 손실로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브이씨엔씨 주식 7만1238주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민은행에서 끌어온 차입금의 담보로 잡혀있기도 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등에 수차례 출자를 단행했다. 단기매매증권 등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유동성이 8282억원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지만 브이씨엔씨가 출자 우선순위에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병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브이씨엔씨 추가 증자는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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