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2년 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공유 차량 플랫폼 쏘카가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사회 점수를 받고 있다. 상장을 준비할 때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 키워드를 강조했지만 이사회 구성과 참여도를 제외하면 그리 높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가장 아쉬운 건 경영 성과다. 상장 후 꾸준한 흑자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평가 지표 중 가장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고른 성적표를 위해선 실적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상장 전 투자 유치에 이사진만 '9명'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 보고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쏘카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20점으로 산출됐다.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지표는 이사회 구성이었다. 평균 3.6점을 받았다. 쏘카는 2022년 상장하기 전 꾸준히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다양한 주주 구성을 갖추고 있다. 롯데렌탈, SK㈜는 물론 IMM PE, 옐로우독 측에서 이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진만 9명이 넘는다. 이사회 경영을 위해 위원회도 다수 갖추고 있다. 자산 총액 2조원에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높은 여성 이사 비율과 30~40대 이사 선임으로 다양성도 챙겼다.
구성 다음으로 점수가 높은 지표는 참여도였다. 평균 3점을 획득했다. 이사회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 위원회가 많은 만큼 위원회 회의가 빈번하게 열렸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관리 활동이나 교육이 미흡한 점은 지적 받았다.
◇'1점대' 경영성과·평가개선 프로세스, 반등 시급
이사회 견제 기능과 정보 접근성 지표부터는 2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견제기능은 평균 2.1점을 나타냈다.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부적격 임원 선임을 위한 정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선제적으로 설치하긴 했으나 3명의 감사위원 중 1명이 기타비상무이사다.
정보접근성은 2.7점으로 견제기능보다는 점수가 낫다. 아직 꾸준한 이익 기조를 이어가지 못해 주주환원정책을 알리지 않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상 핵심지표 준수율도 40%로 개선이 필요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경영성과는 더욱 반등이 시급한 지표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점수는 평균 1.9점을 보였다. 이사회 내에서 활동에 대한 평가가 수행되지 않고 있어 당연히 개선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외이사 평가 또한 부재하다. 한국ESG기준원에서도 쏘카의 ESG 등급을 C등급으로 매기고 있다. 최하점인 D등급보다 한 등급 높은 셈이다.
경영성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외하곤 모두 1점을 받아 평균 1.1점이었다. 적자가 지속되다 보니 수익성 지표는 물론 건전성까지 저조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점은 주가다. 공모가 2만8000원으로 상장했는데 2년 넘게 지난 현재 주가가 1만8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기 성장성에 대한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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