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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

최성환 사장의 '뉴' SK네트웍스

②등장과 동시에 사업형 투자사 전환 본격화…키워드는 '모빌리티'

고진영 기자  2023-05-17 17:47:19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의 전면 등장은 예상보다 다소 이르게 진행됐다. 상황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아버지 최신원 전회장이 재판 문제로 2021년 11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듬해 바로 최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부친의 공백을 채웠다.

1981년생이니 MZ세대에 속한다. 재계에서도 막내뻘이다. 젊은 투자 감각은 SK네트웍스의 지금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SK네트웍스는 수년 전부터 '탈(脫)상사'를 공표하고 하고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 사장이 SK그룹에 합류한 것은 2009년이다. 3세 중 가장 빨랐다.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시작해 SK㈜ 사업지원담당과 글로벌사업개발실장, BM혁신실 임원을 거쳤다. 2019년부터는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 최 사장의 이동은 SK네트웍스의 전면적 재편을 앞두고 이뤄졌다.

부임 직후인 2020년 말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 준비를 선언한다. 성장성 낮고 수익성도 좋지않은 상사업을 탈피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사업총괄직을 신설해 최 사장에게 맡겼다.

사업총괄 직속으로 신성장추진본부를 두고, 투자관리와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사실상 투자의 핵심 실무를 최 사장이 이끌게 한 셈이다. SK㈜ 투자센터에 있었던 이호정 대표가 당시 신성장추진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실리콘밸리 지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은 최 사장은 SK네트웍스가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하이코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2020년 7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 '하이코캐피탈(Hico Capital)'을 세우고 투자에 본겨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11차례 증자로 약 1290억원(9608만달러)의 자본을 확충했고 펀드와 직접투자를 포함해 2100 억원, 20여건의 사업에 투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이 미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업적 측면에선 '모빌리티'를 확대 중이다. 2020년 주유소사업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면서 1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후 종속회사인 SK렌터카 보유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 시작했고 2030년까지 20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렌터카와 연계해 전기차 충전사업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월 전기차 완속 충전업체 에버온(100억원), 12월엔 급속충전업체 에스에스차저(728억원) 지분을 인수했다. 애초 SK네트웍스는 투자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되, 필요할 경우 이를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편입하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전기차 충전사업이 이런 케이스다.


물론 SK네트웍스는 여전히 매출의 절반 이상(2023년 3월 말 기준 51%)이 정보통신부문에서 나온다. SK텔레콤용 단말기를 도매유통하는 사업이다. 그만큼 그룹사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다만 수익성 측면을 보면 렌탈카(SK렌터카)와 스피드메이트(차량정비부픔) 등 모빌리티 부문이 영업이익을 지탱하고 있는 만큼 최 사장 체제에서 이 분야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렌탈용 차량을 3만5000대 더 확보하는 등 렌탈자산 취득에 1조800억원 정도를 썼다.

지분율은 어떨까. 최성환 사장은 2021년 2월 처음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해왔다. 올 4월에도 700주를 자사주상여금으로 받았다. 이달 기준 지분율은 2.77%로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부친 최신원 전 회장의 지분(0.88%)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계속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짐작된다.

필요자금은 그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사장은 보유지분 전부가 주담대로 묶여 있다. 총 361억원을 빌렸으며 이자율은 5.24% ~ 5.70%다. 매년 약 19억6000만원을 이자로 낸다. 또 SK㈜지분을 팔아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2020년 말 0.74%(보통주 기준)였던 최 사장의 SK㈜ 지분율은 현재 0.24%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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