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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 마주한 강우영 부사장...투자에 미칠 영향은

10분기 만에 역성장 기록, 디지털 사업 확대 위한 투자 기조 유지

이호준 기자  2023-05-09 08:11:19
광고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광고주들의 마케팅 수요가 급감했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충원과 비용 상승은 계속되면서 2023년 국내외 광고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진입했다.

충격파는 곧바로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향했다. 제일기획의 2023년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영업이익으로 534억원을 올렸는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가량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이는 10분기 만에 기록한 역성장이다.

곳간 열쇠를 쥔 강우영 부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의 강 부사장은 지난해 말 제일기획의 새 경영지원실장에 올랐다.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 의지를 보인 만큼 실적 둔화 국면에서 어떤 전략을 보일지 주목된다.

◇비용 부담과 성장 전략 사이 '디지털 사업'

제일기획이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우선 판관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올 1분기 제일기획의 판관비는 31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64억원과 비교해 12%가 증가했다.

특히 인건비가 1993억원에서 2241억원으로 12% 넘게 늘어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건비 증가는 고스란히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1분기 58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 1분기 534억원으로 8.7% 감소했다. 이는 10분기 만에 기록한 역성장이다.

디지털 사업을 확대하며 경쟁력 제고에 올인했던 행보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제일기획은 영업이익 역성장이 디지털 인력 투자에 따른 비용 확대에 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에 따른 마케팅 축소 여파로 광고 수요 역시 전년에 미치지 못했다.

단위: 억원, 제일기획
다만 제일기획의 성장 열쇠를 쥔 것도 디지털 부문이다. 광고 업계는 전통적인 광고 사업에서 벗어나 디지털화에 나섰다. 소비자 대부분은 광고를 볼 때 모바일 등을 이용한다. 디지털 투자가 가속화할수록 사실상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

그간 인수합병(M&A) 전략을 즐겨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제일기획은 크고 작은 디지털 광고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품에 안았다. 영국 광고사 BMB(Beattie McGuinness Bungay), 미국 광고사 맥키니(Mckinney) 등의 글로벌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확실한 효과는 제일기획에 고민을 더한다. 최근 '맥키니'에서는 글로벌 대형 비계열 광고주를 영입했고 자회사 주도 하에 북미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디지털 사업 비중도 53%로, 여전히 절반을 넘는 영역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유동성, 강 부사장의 선택은

지속적으로 디지털 투자를 확대할 경우 부진을 겪고 있는 실적 흐름과 충돌한다. 다만 제일기획은 이번 실적발표에서까지도 핵심 사업 강화를 위해 메타버스 등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면서, 인수합병(M&A) 등의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의 의지가 확실하다 보니 곳간 사정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높은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꼽힌다. 현재 제일기획의 재무는 지난해 말부터 경영지원실장에 올라 있는 강우영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지난해 제일기획에 넘어왔다. 이전까지 그는 줄곧 삼성물산에서 임원 생활을 보냈다. 2013년부터 삼성물산 기획관리팀장, 경영기획실 담당임원 등을 거치며 경영 전략을 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오늘날 제일기획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3년 간 제일기획의 현금성자산은 5500억원, 6300억원, 6150억원을 기록해 왔다. 부채비율(125%) 등 일부 지표도 건전한 상황이라 투자에 부응할 만한 사정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강 부사장이 올 1분기까지 취한 재무적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이에 오히려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성장을 보조할 가능성도 있다. 제일기획도 지난 12월 '어데이셔스 스튜디오'가 보유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새로운 소식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라며 "디지털 사업은 북미 시장 확대와도 연결돼 있어 크고 작은 투자는 둔화한 실적과 무관하게 지속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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