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주주환원 비교 모니터

제일기획·이노션, '광고업 한파'에도 플러스 TSR 만들까

60%에 육박하는 배당성향, 직접적 주주환원에 집중

김위수 기자  2023-04-28 16:41:18

편집자주

소액주주가 증가하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을 확대하기도 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하기도 한다. 주주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책보다는 성장성을 통한 주가상승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곳도 있다. 어떤 기업이 실질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주주친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더벨이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주주환원 현황을 분석해봤다.
광고업은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경기 악화로 벌이가 나빠질 기미가 보이면 기업에서 마케팅 지출을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흔하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올해 국내 광고업체를 두고 그리 밝지 않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적 악화로 인한 영향은 주주환원에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광고업종 기업인 제일기획과 이노션만 살펴봐도 올들어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다. 두 회사는 올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까.

◇제일기획·이노션의 높은 배당성향, 왜?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시장에서 '고배당주'로 통한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지난해 기준 연결 당기순이익의 60%를 배당에 썼다. 배당을 집행한 상장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배당성향이 29.8%임을 감안하면 두 회사가 배당에 굉장히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일기획은 2017년부터 매년 배당성향 60% 이상을 유지해왔고 이노션은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여왔다.


광고업체들이 이익에서 많은 비중을 배당에 할애할 수 있는 것은 광고업의 특성 덕분으로 보인다. 광고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광고업체들이 매년 자본적지출(CAPEX)에 투입하는 금액이 수익 대비 크지 않은 편이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223억원을, 이노션은 156억원을 자본적지출로 집행했다.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이 소요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배당여력이 높다. 높은 배당성향을 책정해 배당금을 지급해도 잉여현금흐름(FCF)이 플러스로 나타난다. 제일기획은 자본적지출로 223억원, 배당금 지급에 1005억원을 투입하고도 614억원의 FCF를 기록했다. 이노션 역시 1492억원의 NCF를 창출한 뒤 자본적지출에 156억원, 배당금 지급에 621억원을 투입한 뒤 714억원의 FCF를 만들어 냈다.

◇광고업계 자사주 정책 살펴보니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높은 배당성향을 가져갔다는 공통점을 보였지만 자사주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제일기획은 과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수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이력이 있다. 현재 제일기획에 쌓여있는 자사주는 1376만2500주다. 제일기획의 주가(1만8490원) 기준으로 가치를 환산하면 2545억원 수준이다.

다만 2015년 이후로는 별다른 자사주 정책을 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이 배당성향을 60% 수준으로 높인 것이 2017년이다. 자사주보다는 배당성향을 높이며 직접적인 환원의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은 자사주를 매입한 이력이 없다.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에 '올인'해온 모습이다. 이노션은 2005년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형태로 설립됐다. 이런 지분구조상 자사주 매입보다는 보다 직접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배당에 더 관심을 기울여 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플러스 TSR 기록할 수 있을까

올들어 제일기획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일기획의 시총은 연초 대비 15% 빠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60%의 배당성향을 고려해도 TSR(Total Shareholder Return·총주주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일기획의 5개년 TSR 추이를 보면 코로나19로 주가가 급격히 내린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플러스(+) TSR을 기록해 왔다.

이노션의 경우 연초 대비 시가총액 변동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락폭이 50억원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이노션의 TSR이 제일기획의 수치를 앞지를 전망이다.

다만 아직 2분기도 지나지 않은 만큼 새로운 모멘텀이 주가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양사가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한 신규 성장동력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12월 어데이셔스 스튜디오(Audacious Studios)가 보유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후에도 추가적인 M&A를 통해 신사업 발굴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노션은 상반기 중 콘텐츠사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할 예정이며 제일기획과 마찬가지로 M&A를 추진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