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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광고 3사

지분 변화 속 이사회 개방, 오너 참여는 이노션 한곳

[지배구조]⑤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 3사 공통

김동현 기자  2024-05-13 16:07:5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추세에 따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의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사외이사에게 맡겨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광고업계에도 오래전 ESG 경영 바람이 일기 시작했으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 등 대기업 계열 광고 3사는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 유지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주구성이 가져온 이사회 변화, 오너가 참여 유지 중인 이노션

3사 이사회 구성은 주주사 구성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 오너가 중심의 지분구조를 보이던 이들 3사는 1990년대 말을 기점으로 그룹 계열사와 외부 투자사들이 주주로 들어서며 오너가 지분율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사회 구성원에도 외부 인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일기획은 1998년 기존 최대주주이던 오너가 이재용씨(현 삼성전자 회장)가 보유 지분을 장내매도하며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주인이 바뀌었다. 오너가의 지분은 빠졌지만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오너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전 상장사에 등기임원으로 등재하기로 하며 비상근이사 자리에 앉았다. 이건희 회장의 등기임원 재직은 2000년 말까지 이어졌으며 그 후로 제일기획 이사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감사를 제외한 이사회 등기임원 명단에는 제일기획을 포함한 삼성 계열사 출신의 사내이사와 외부 사외이사로만 채워졌다. 삼성전자(1998년), 삼성물산(1999년), 삼성전자(2016년) 등 그룹 계열사가 돌아가면서 제일기획 최대주주 자리에 앉았으나 경영권 행사를 위한 외부 지분을 끌어들이지 않아 내부 인력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릴 수 있었다.

반면 이노션과 HS애드는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 등과 지분을 나누며 주주사 몫의 이사회 자리를 만들었다. HS애드(당시 사명 LG애드)는 1999년 상장 이후 오너가인 구연경씨(고 구본무 회장 장녀)가 지분을 시장에 매도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IMF)를 거쳐 그룹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며 2002년 영국 광고그룹 WPP의 투자사에 최대주주 자리가 넘어갔다.

이때부터 HS애드의 이사회는 LG 측 전문경영인 사내이사와 최대주주 측 기타비상무이사가 공존하는 형태를 띠게 됐다. 이러한 구조는 ㈜LG가 HS애드를 되찾아 온 2008년 뒤에도 이어지는 중이다. 다만 과거 최대 3인까지 활동하던 WPP 측 기타비상무이사가 1인으로 줄었다. 현재 HS애드 이사회는 HS애드 전문경영인 2인, 사외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2인(㈜LG·WPP 각 1인 선임)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5년 설립, 2015년 상장한 이노션도 사모펀드(PEF)와 SI를 주주로 맞아들이는 과정에서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신설해 주주로 맞았다. 다만 경쟁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너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사회 사내이사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정 고문은 이노션 설립 이후 회사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관계 형성 및 상장 등으로 지분율이 40%에서 현재 17.69%까지 떨어졌지만 정 고문을 중심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율(28.73%)이 30%에 육박한다.



◇변하지 않는 공식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지분 구조 변화로 이사회 멤버 구성에 회사마다 각기 다른 색이 입혀졌지만 3사 모두 전문경영인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노션의 이사회 의장은 안건희 사장(2009~2020년)을 거쳐 현 대표인 이용우 사장이 맡고 있다. HS애드 역시 김종립 사장(2010~2018년), 정성수 부사장(2019~2022년)을 이어 현재 회사를 이끄는 박애리 부사장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겼다.

제일기획도 이들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대표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다가 딱 한번 대표가 아닌 다른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적이 있다. 약 5년 동안 제일기획 대표로 재임한 유정근 사장(2018~2022년)이 그 주인공으로, 유 사장은 2022년 말 인사에서 대표직은 내려놓으면서도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수행하기로 했다.

비록 사외이사에게 의장 자리를 개방한 것은 아니지만 제일기획이 처음으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한 사례다. 다만 유 사장이 올해 1월 제일기획 사내이사를 사임하며 이사회 의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회사는 현 대표인 김종현 사장이 그 자리를 이어가도록 해, 약 1년 만에 다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체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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