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는 지금

'현금 부자'된 제주항공 CFO의 유쾌한 고민

보유 현금 5000억으로 추산, 예금 유치 위해 금융기관 물밑 경쟁...'이자수익 확대' 기회

양도웅 기자  2023-04-25 15:43:17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제주항공이 모회사 지원과 업황 회복으로 보유 현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이정석 경영기획본부 총괄·상무가 전과 다른 고민에 빠졌다. 여러 금융기관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제주항공의 현금을 예금 등으로 유치하기 위해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과 상반된다.

이 상무는 높은 금리를 포함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의 상품을 선택해 단기간에 많은 이자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용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출처=thecfo.kr)

25일 AK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현재 보유한 현금은 약 5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을 합한 3703억원보다 약 13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최근 5년래 최대 규모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은 정기 예·적금, 기업어음(CP),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만기 1년 이내인 대여금 등을 말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가장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다. 대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실물로 들고 있는 현금에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을 더해 산출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유 현금이 667억원(2021년 6월 말 기준)까지 줄었던 제주항공은 모회사인 AK홀딩스를 비롯한 그룹의 유상증자 통한 지속적인 지원과 영구채 발행,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확대 등으로 2021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5706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았다. 또한 이 기간 매년 영구채를 발행해 총 1547억원의 자본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1382억원은 호황이었던 2018년(1214억원)과 비교해도 향상됐다.

올해도 실적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보유 현금이 지난해 말보다 증가한 것이다. 대신증권을 포함한 증권업계는 제주항공이 올해 1분기에 매출액 3855억원, 영업손익 622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375% 증가한,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제주항공이 보유한 대규모 현금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FO 역할을 하는 이정석 상무는 유리한 금리 조건 등을 제시한 금융기관을 선택해 실제 현금을 지출하기 전까지 단기간 운용하며 이자수익을 거둘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임기를 시작해 임기 동안 늘 유동성 압박을 받았던 이 상무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변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제주항공은 매년 40억원 안팎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운영자금에 현금을 쓰는 것도 빠듯해지면서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자 이자수익은 10억원 아래로 줄었다.

제주항공은 대규모 현금을 부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 회복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3년간 부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일단) 실적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수기로 인식되는 2분기에도 여객 수요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