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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이장환 CFO, '제주항공 지원' 졸업할까

올 초 선임, 전임자와 같은 역할...내년 턴어라운드 여부 주목

양도웅 기자  2022-12-29 12:01:19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2021년 12월 말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0원.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이장환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가 올해 1월1일 선임됐을 때 받아든 현금 액수다. 말 그대로 텅텅 빈 현금 곳간을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았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1년 전인 2020년 12월 말만 해도 66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자산 가운데 가장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1년간 몽땅 써버렸다. 주된 이유는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 지원 때문이었다.

2020년에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 상당수가 2021년에도 여전히 막혀있자 자체적으로 운영자금과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제주항공이 기댈 곳은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뿐이었다. 국책은행도 모회사의 지원 없이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AK홀딩스는 2021년에 제주항공에 유상증자로 884억원을 수혈했다. 금융기관 차입이 원활할 수 있도록 제주항공에 보증도 제공했다. 2021년 12월 말 AK홀딩스가 제공한 지급보증(연대보증 포함) 규모는 약 3600억원이었다. 절반인 1800억원이 2021년 한 해 동안 실행됐다.

(출처=AK홀딩스 사업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그것도 외부에서 영입된 CFO는 현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적잖은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20년 12월 말 31%였던 부채비율이 43%로 뛰어오르고, 총차입금도 1537억원에서 2255억원으로 47% 증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2년 과거보다 하늘길이 더 열렸지만, 이번엔 고물가(고유가)와 고금리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이장환 CFO는 전임인 고준 CFO와 마찬가지로 제주항공을 포함한 계열사 지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4일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1098억원을 출자했다. 2021년 출자한 884억원보다 큰 규모다.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CFO는 1300억원 규모의 만기 5년짜리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대상은 제주항공 보통주였다.

더불어 올해도 제주항공의 신용보강을 위해 보증을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린 574억원에 대해 이달 2일 69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고,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382억원에 대해선 이달 28일 458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이전까지 제주항공이 일부 채무를 상환하면서 AK홀딩스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줄었으나, 이달 두 번의 채무보증으로 총 잔액은 365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소폭 증가했다. 채무보증은 우발부채로, 최악의 경우엔 수천억원 규모의 채무를 AK홀딩스가 책임져야 한다.

(출처=AK홀딩스 사업보고서)

내년에는 어떨까. 이 CFO는 CFO 본연의 임무인 현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부임했을 때와 비교해 총차입금은 2255억원(2021년 12월 말)에서 3051억원(2022년 9월 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43%에서 61%로 악화했다. 교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현금도 제주항공 출자에 대부분 쓰면서 150억원 안팎으로 크게 줄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임했을 때와 비교해 AK홀딩스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막 선임됐을 무렵인 올해 초와 다른 점은 일본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무비자 단기 체류를 허용하고 일일 입국자 수 상한선을 해제하면서, 제주항공의 과거 최대 수익원이었던 일본 하늘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 제주항공의 영업 부문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리오프닝에 대한 숱한 전망이 그저 전망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증자 목적이 신규 기재 도입(4조원 이상)을 위한 것으로 자금 유출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내년에도 이 CFO는 현금 확보라는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출처=AK홀딩스 사업보고서, 이장환 CFO 개인 SNS 등)

한편 이 CFO는 1974년생으로 서울 강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시카고대 MBA를 졸업한 재무 전문가다. 베인앤컴퍼니, 삼성생명, 롯데그룹 등에서 대부분 재무와 전략 업무를 맡았다. 가장 오래 근무한 곳은 롯데손해보험으로 2014년부터 AK홀딩스로 옮기기 전인 2021년까지 재직했다. 그는 현재 AK홀딩스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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