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인사 정책은 유연하다. 지주사인 CJ를 비롯해 각 계열사들은 그룹 내외부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중용한다. 회사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경우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등용문처럼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출신 현직 CFO...전체 45% 차지CJ그룹의 인사에서 외부 출신 전문가 선임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9월에 폭스(Fox)미디어 성장전략책임자(CGO)를 지낸 정우성 경영리더가 CJ ENM 글로벌 CGO로 영입됐다.
비슷한 시기에는 글로벌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SAS 출신의 공승현 박사가 CJ대한통운 최적화솔루션담당으로 합류했다. 앞선 3월에는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이치훈 머신러닝 전문가가 CJ AI센터장에 오르기도 했다.
역대 외부출신 인사에서 손꼽히는 사례는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에 CJ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을 때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뒤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삼성캐피탈·삼성카드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약 38년간 삼성맨으로 활동한 그가 지주사 대표에 올랐던 점에서 CJ그룹의 인사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CFO(역할 포함)는 조금 다르다. 그룹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재무와 회계, 전략 등의 전문가를 발탁한다. 기업 자체적인 내부 승진과 계열사 이동을 모두 활용하고 있어 그룹 내 재무라인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형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CJ그룹의 이러한 CFO 인사 기조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CJ제일제당 출신 인사가 많다는 대목이다. 현직뿐만 아니라 전직 CFO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CJ제일제당을 거친 인사가 주로 곳간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 CJ그룹의 9개 상장사(2022년 말 기준) 중에서 현직 CFO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는 총 11명으로 이 중 5명이 CJ제일제당 출신이다. 이는 9개 상장사 CFO에 45%를 차지하는 수치다. 기업별로 구분하면 CJ와 CJ CGV, CJ ENM, CJ바이오사이언스 등 4개(비중 44%)사다.
CJ의 경우 강상우 재경실장과 신종환 재무전략실장 등 2명이 CFO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CJ제일제당 재무기획담당과 재무전략실장을 지낸 인력을 가지고 있다. CJ CGV는 CJ제일제당에서 재무담당과 재무운영담당을 거친 최정필 경영지원담당이 자리하고 있다.
CJ ENM과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에서 각각 M&A담당과 전사 경영관리담당에 몸담았던 황득수 경영지원실장과 최임재 경영지원총괄이 맡고 있다. CJ 등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계열사는 CJ제일제당 출신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룹 내부 인사가 CFO 역할을 하고 있다.
◇전원 1970년대 초중반...젊은 조직 구축CJ그룹은 수년 전부터 조직의 탄력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를 꾸준히 임원으로 등용하고 있다. 앞선 2000년에는 국내 최초로 '님'호칭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사장부터 상무대우까지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하는 파격적인 임원 직급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2023년 정기임원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고 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44명의 신임 임원의 평균나이는 45.5세로 이 중 8명은 1980년대생이었다. 이 과정에서 CJ올리브영 신임 수장에 오른 이선정 대표(1977년생)의 경우 그룹 내 최연소 CEO인 동시에 CJ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를 기록하기도 했다.
젊은 임원을 지속적으로 등용한 결과 그룹 내 CFO들의 연령대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됐다. 과거에는 1960년대 중후반의 연령대가 많았지만 현재는 1970년대 초중반이 주를 이루고 있다.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 현직 CFO들의 평균나이는 50.9세다.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인사들의 평균 나이가 45.5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CFO들의 평균연령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 다만 CFO의 역할과 사내입지, 전체 임원의 평균 나이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 등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CFO가 사내에서 2인자의 역할을 맡는 곳이 많다"며 "CJ그룹의 사업 규모와 임직원의 수, CFO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평균나이 50세는 중간 정도의 연령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