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nicorn)'은 밸류에이션이 1조원 웃도는 비상장사를 뜻한다. 역동적인 기업 생태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사세가 커지기까지 무수한 노력이 깃들었다. 혈혈단신으로 시작한 창업가의 분투도 존재하지만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조력자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앱으로 승부수를 띄운 유니콘 기업이다. 창업 10년 만에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7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실현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는 인물은 안재국 경영기획관리부문장이다. 안 부문장은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4년에 합류했다.
"저희 회사 CFO에 대해 물어본 건 기자님이 처음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들린 우아한형제들 홍보팀 매니저의 말은 의외였다. 대한민국 유니콘의 대명사로 각광받는 기업에서 재무를 총괄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니. 재무 조직 역시 은막에 가려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아한형제들의 재무 라인에 관심을 품은 계기는 얼마 전에 '국제조세팀' 인력 충원 공고를 접한 일과 맞닿아 있다. 세제 정책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근 신설된 부서였다. 기존에 운영하던 세무팀 기능 일부를 떼내 새로운 부서를 발족했다고 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흐름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재무 분야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국제조세팀은 국내외 계열사를 포괄하는 세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로 자리매김한 정체성을 감안했다.
동남아를 포함한 해외 사업 수행을 원활하게 보조하는 취지도 반영했다. 주요 업무 설명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글로벌 관계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과세 이슈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무관하게 세금을 걷자는 '디지털세' 의제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정조준하는 만큼 정책 동향도 면밀히 들여다본다.
유니콘 기업의 CFO는 그간 빛을 받지 못했다. 무대 조명은 오롯이 창업자나 연구·개발(R&D) 인력에 맞춰져 있었다. 정책 변화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는 안 부문장의 노력은 '혁신' 그 자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 기업은 23곳이나 된다. 전자상거래, 온·오프라인 서비스 중개, 콘텐츠 감상 등 다양한 영역에 포진했다. CFO들의 행보 역시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면서 회사의 상장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다른 임원은 기관 투자를 유치하는 데 매진한다. 내친김에 유니콘 기업들의 재무 동향 전반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좋겠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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