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용 타워 제조사인 CS윈드(씨에스윈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팽창을 발판 삼아 성장을 거듭했다. 기업을 인수하고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확장 기조에 '경고등'이 켜졌다.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은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1배에서 2배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외부에서 끌어다 쓴 자금 5000억원 가운데 단기성 차입의 비중도 60%에 가깝다. 2000억원에 불과한 자체 유동성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환 압력이 무거워지는 모양새다.
◇'현지양산전략' 기업인수, 2년새 총차입금 '2배 증가'CS윈드는 해상 풍력발전 구조물 제작에 특화된 업체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트렌드에 부응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조에 맞춰 사세를 넓혔다. 베스타스,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과 거래선을 형성했다. 2000년대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개척의 시동을 건 이래 중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튀르키예 등에도 법인을 세우며 사업 교두보를 개척했다.
외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현지 양산 전략'이 CS윈드의 경영 기조다. 이러한 방침은 북미 권역 진출 사례에도 적용됐다. 2021년 8월에 1753억원을 들여 베스타스 타워스 아메리카를 인수했다. 덕분에 풍력발전용 타워를 생산하는 미국 공장을 확보했다. 여세를 몰아 포르투갈 제조사 ASM인더스트리즈도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데 1252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확장과 자금 소요는 함께 맞물린다. CS윈드는 2021년 2월에 유상증자를 실시해 4674억원을 조달했다. 공장 증설과 계열사 지원을 감안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다 쓰는 방안도 병행했다. 2020년 말 2352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4433억원 △2022년 말 4775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2년새 2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차입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자비용 역시 불어났다. 2020년 말 86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47억원을 기록했다. 2년 동안 70%가량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이자에 대응할 역량은 위축됐다. 이자보상배율이 2021년 11.6배에서 2022년 2.9배로 뚝 떨어진 대목이 방증한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자보상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421억원을 실현했는데 2021년 영업이익(1011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과 포르투갈 법인을 인수한 여파로 무형자산 상각비가 발생한 대목이 영향을 끼쳤다. 5년에 걸쳐 해마다 120억원을 상각한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여파로 튀르키예 지사가 기능통화를 바꾸면서 비용이 발생한 점도 작용했다.
◇유동성 2000억 그쳐, 1년새 최상단 이자율 4%p 상승자체 사업으로만 여윳돈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지고 상환 압력이 한층 가중되는 모양새다. CS윈드가 자금을 빌린 내역을 들여다보면 단기성 차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작년 말 기준으로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인 차입금은 2697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56.5%를 구성하는 규모다.
보유한 실탄은 단기성 차입 잔액에 못 미친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유동성 규모는 1920억원에 그쳤다. 2020년 말 957억원에서 2021년 말 2662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지만 이후 700억원 이상 줄었다.
앞으로 있을 상환 스케줄에 대응하려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변수다. 보유한 차입금에 책정된 이율 범위가 달라진 대목이 방증한다. 2021년 말 단기차입금에 설정한 이자율 분포는 최저 1%, 최고 5.5%였다. 1년새 이자율 수준은 올라갔다. 가장 높은 이율이 9.6%로 전년대비 4.1%포인트(p) 상승했다.
장기차입금도 마찬가지다. 2021년 말에 1%~6.2%로 나타났던 이율은 지난해 말에 최저 1.9%, 최고 10.18%로 상향했다. 1년 사이 최상단 이자율이 3.98%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