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구조물 제작에 특화된 코스닥 상장사 씨에스윈드(CS윈드)가 해외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채무보증을 제공한 금액이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장하면서 자회사들이 차입을 일으킨데 따른 영향이다.
문제는 CS윈드의 재무상황이 계열사 차입금 부담을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 유동성이 2000억원인 데다 본업 현금창출력의 변동성도 극심한 점은 계열사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9개월 만에 보증잔액 5000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CS윈드가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제공한 채무보증 잔액은 1조1495억원이다. 미국법인에 대한 보증액이 3705억원(32.2%)으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법인(1492억원) △포르투갈법인(1452억원) △중국법인(744억원) △튀르키예법인(726억원) △타이완법인(454억원) 등이 보유한 차입금에도 보증을 제공했다.
블라트 홀딩스(Bladt Holdings)의 채무 6억500만 크로네(1178억원), 블라트 인더스트리(Bladt Industries)가 씨티은행 등에서 빌린 1억1000만 유로(1598억원)를 둘러싼 보증도 섰다. 두 기업은 덴마크에 자리잡은 자회사로 해상풍력설비 생산에 방점을 찍었다. CS윈드가 지난해 7월에 269억원을 들여 지분 일체를 사들였다.
CS윈드의 채무보증액은 2023년 3월 5907억원과 견줘보면 9개월여 만에 5588억원(94.6%)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당시에도 미국법인의 차입금에 대한 보증잔액이 2703억원으로 단연 많았다. △베트남법인(1056억원) △튀르키예법인(942억원) △중국법인(763억원) △타이완법인(443억원)에 대해서도 보증을 제공했다.
채무보증이 늘어나는 건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잇달아 생산능력(캐파)을 증강하는 대목과 맞물렸다. 증설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외부자금 조달이 빈번해졌고 CS윈드 본사 차원의 보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법인에서는 2027년까지 풍력타워 연간 캐파를 4.5기가와트(GW)에서 10GW로 확장하는 로드맵을 세우고 2억달러(2596억원)를 먼저 투자했다.
포르투갈법인 역시 지난해부터 1억2100만유로(1699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증설해 왔다. 마무리되는 시기는 오는 2월로 잡았다. 베트남법인도 작년 2월에 제2공장을 착공했다. 8000만달러(1038억원)를 들여 올해 4월까지 연산 12만톤의 해상풍력 타워 제조 역량을 확보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단기성차입 비중 60% 웃돌아 해외 종속기업들이 차입을 일으키고 모회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 계속 이어진 건 CS윈드의 유동성 지원 여력이 부족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은 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기준으로 살펴도 2350억원에 불과하다.
본업 현금창출력 역시 자회사들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연결기준으로 161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1조1465억원의 14.1% 규모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는 △2019년 857억원 △2021년 마이너스(-) 1054억원 △2023년 1~9월 383억원 등으로 극심하게 변동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자체적으로 현금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여건에서 CS윈드는 외부 자금을 빌리는 기조를 택했다. 2019년 말 2280억원으로 집계된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6671억원까지 불어났다. 2022년 말 4775억원과 견줘보면 9개월 만에 1896억원(39.7%) 늘었다.
신규 차입과 차환을 반복하면서 단기성차입이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만기가 1년 이내인 차입금 잔액은 4240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63.6%를 차지했다. 2021년 말 47.2% 대비 16.4%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단기성차입은 2091억원을 기록했다. 2년여 만에 2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