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풍력발전 구조물 제조사 CS윈드(씨에스윈드)의 올해 경영 화두는 '생산력 증강'이다. 미국, 유럽, 동남아에 포진한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올해 세 권역에 투자하는 금액만 최소 5000억원이다. 하지만 2000억원에 못 미치는 빠듯한 가용자금이 '난제'로 떠오르면서 해외법인이 자체 차입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미국·유럽·동남아 '설비 증설' 계획 수립씨에스윈드의 사업 권역 가운데 미주 지역 동향이 단연 눈길을 끈다. 올해 현지 공장의 캐파(CAPA)를 단계적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2021년 1753억원을 들여 '베스타스 타워 아메리카(Vestas Towers America)'를 인수한지 2년 만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의 주문 물량을 소화하는 취지에서 설비 증설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1㎿당 3만달러(389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 대목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7년까지 미국 공장의 풍력 타워 연간 생산능력을 지금의 4.5GW에서 10GW로 늘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우선 1단계 공사에 2억달러(2596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2024년 1분기 내로 연 6GW 수준의 양산역량을 갖추는 목표를 세웠다.
포르투갈 법인의 행보 역시 돋보인다. 2021년 7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사업 기반을 다졌다. 당시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모노파일) 제조사인 ASM인더스트리즈의 지분을 모두 매입했다. 인수 총액은 1252억원이었다.
여세를 몰아 2025년까지 포르투갈 아베이루(Aveiro) 항구 인근에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자동화 설비를 탑재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투입액으로 2억6500만유로(3720억원)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4년 2월까지 1억2100만유로(1699억원)를 쓰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포르투갈 증설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실탄이 당초 구상한 수준과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향후 경영 상황, 시장 수요 등에 따라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금액 변동 여지를 남겨둔 대목이 방증한다.
베트남 법인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 11월에 해상 풍력 터빈 제조 업체인 지멘스가메사와 3조80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 구조물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 공장 건립 추진이 탄력을 받았다.
올해 2월에 제2공장을 착공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기존 생산 시설이 육상 풍력 발전 설비 양산에 맞춰진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투자 규모는 최대 8000만달러(1038억원)다. 2024년 1분기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연간 12만톤 넘는 해상 풍력 타워를 제조하는 능력을 갖추는 목표를 설정했다.
◇해외 자회사 채무보증 잔액 '5900억'대대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서지만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은 풍족하지 못하다. 연결 기준으로 2022년 말 현금성자산이 1916억원에 그쳤다. 단기금융상품은 3억원, 유동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63억원에 불과했다. 모두 합쳐도 200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현금 여력을 창출하기에도 녹록지 않은 여건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CAPEX)과 배당금 지급분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이 들쭉날쭉한 모양새다. 2017년 이래 2021년까지 FCF는 마이너스(-) 숫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양전환했지만 247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모회사에서 자금 지원을 받기 여의치 않은 만큼 해외 자회사는 따로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3월에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용도로 1억5000만달러(1953억원)을 대출했다. 빌린 자금은 미국 공장을 증설하는 데 투입된다. 씨에스윈드는 미국법인이 차입한 금액에 대해 2030년 3월까지 7년간 보증을 선다.
씨에스윈드가 해외 자회사들의 채무를 보증한 잔액은 5907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법인에 대한 보증 잔액이 2703억원으로 단연 많다. △베트남(1056억원) △튀르키예(942억원) △중국(763억원) △타이완(443억원) 계열사에도 채무 보증을 제공했다. 채무 보증 잔액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3138억원이다.
씨에스윈드 관계자는 "메자닌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조달수단 활용을 검토하지는 않았다"며 "향후 투자금 소요를 감안해 대신 은행을 위시한 금융권에서 장기 차입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