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전략변화는 조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은퇴 직전 추진했지만 3년여간 표류하던 중국사업을 청산하고 신사업 조직을 꾸렸다. 중국사업 대신 셀트리온그룹이 해볼만한 사업들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 명예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안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새로운 사업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 거는 분위기다.
◇서정진 은퇴 전 미래전략 공표, 중국 타깃 바이오시밀러 진출 계획 '실패'셀트리온은 최근 자회사 '셀트리온 그룹 홍콩(Celltrion Group Hongkong, 이하 홍콩법인)'을 청산했다. 셀트리온이 81억원을 투자해 지분 70%를 확보하고 있던 현지법인으로 2019년에 설립됐다. 나머지 30%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36억원을 투자해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법인은 돈을 벌어들인 적이 없기 때문에 전액 손실처리 됐다.
해당 법인은 중국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거점이다. 수년간 추진하던 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되면서 결국 사업을 접기로 하며 청산이 결정됐다. 이미 팬데믹이 거의 끝난 상황이지만 오랜시간 표류하던 않던 사업을 재추진하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중국에서 '램시마'(류머티즘관절염), '트룩시마'(혈액암), '허쥬마'(유방암) 등 3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발 및 제조, 그리고 상업화 독점권리를 확보하며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절차를 받으며 이들 제품의 중국 출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위탁개발생산(CDMO)의 거점으로서도, 바이오시밀러 약물 수요처로도 중국은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서 명예회장은 직접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할 정도로 중국사업에 공을 들였다. 정기주주총회 등에서 중국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하며 셀트리온의 미래로 소개하기도 했다. 홍콩법인의 자회사로 홍콩계 기업 '난펑그룹(南豊集?)'과 손잡고 합작사(JV) 'Vcell 헬스케어(브이셀 헬스케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홍콩법인 설립 이듬해인 2020년 1월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협약을 맺고 12만ℓ(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우한시는 300여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센터와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바이오 거점이다. 셀트리온은 홍콩법인에 추가로 약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목을 잡았다. 공장 설립 계획을 중단하고 2021년엔 자회사 브이셀 헬스케어도 청산했다. 난펑그룹이 자금을 먼저 회수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다만 회생의 기회를 보기 위해 작년 홍콩법인 대표이사로 윤정원 사장 등 주요 인력을 파견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지만 1년만에 사업중단 결정이 내려지며 법인청산까지 진행됐다.
◇서정진 '결자해지', 윤정원 사장 주축 '신사업추진실' 구축 중국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서 명예회장이 직접 추진하다 좌초된 건이다. 그가 은퇴한 후에도 1년여 간 셀트리온 내부적으로는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서 명예회장이 직접 추진하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서 철수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서 명예회장이 복귀할 즈음인 올 초 사업중단이 결정되고 법인청산까지 진행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서 명예회장의 '결자해지'였던 셈이다.
다만 서 명예회장의 신사업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중국사업을 담당하던 인물들이 최근 다시 셀트리온 내부로 들어와 '신사업추진실'이라는 조직을 새로 꾸렸다. 홍콩법인 대표이사를 맡던 윤 사장이 실장을 맡았다. 역시 중국사업을 담당했던 임동훈 이사도 신사업추진실 담당임원 보직을 맡았다.
신사업추진실은 셀트리온이 새롭게 해볼 수 있는 사업을 리서치 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사업과 같이 셀트리온의 기존 사업에서 확장해볼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는 역할이다. 다만 최근 검토하던 박스터인터내셔널의 특정 사업부문 인수합병(M&A)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좌초된 중국사업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아이템 발굴이 목표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서는 중국사업의 청산 그리고 신사업 관련 조직의 신설 등 일련의 과정이 서 명예회장의 복귀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안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는 동시에 새로운 확장정책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라는 평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중국사업은 접었고 해당 임원이 신사업추진실을 만든 것"이라며 "중국사업 외 다른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