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로 셀트리온의 경영기조는 다시 신약개발에서 확장전략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특히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이 같은 서 명예회장의 전략에 합을 맞출 인력으로 기존 경영진들이 꼽힌다.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 등 오비(OB)들에게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2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핵심 임원 주축 TF팀 구축, 기우성 부회장 총괄…오너2세 역할 '미미'셀트리온이 최근 공시를 통해 밝힌 박스터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의 바이오파마솔루션(BPS) 사업부 인수 검토는 핵심인력들을 주축으로 한 TF팀에서 진행했다. 신사업팀이라고 따로 있지만 해당 사업부는 신약개발에 특화한 투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전해진다.
셀트리온 내부엔 별도의 M&A 전담팀은 없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하며 성장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전담조직을 따로 둘 이유가 없었다. TF팀에는 핵심 임원 몇몇이 모여 구성했다고 전해진다.
이혁재 경영지원부문 전무, 신민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이 내부적으로 핵심인력으로 거론된다. 총괄하는 역할은 역시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들은 창립멤버로 꼽히는 인력으로 서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의장은 조언 역할만 할 뿐 주요 의사결정 라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서진석 의장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신약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우성 부회장은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총괄 역할로 그 이외 핵심 인력들이 주축으로 TF가 구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유-경영 분리, 오너2세-경영진 '모호한 위치'…강력한 리더십 필요 핵심 경영진들이 M&A 빅딜의 전면에 선 게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서 명예회장이 은퇴하고 이들 측근들의 위치가 애매모호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하게 짚어볼 변화다.
서 명예회장의 빈자리를 채운 건 일차적으로는 장남 서진석 의장,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이다. 두 인물들이 주요 의사결정의 핵심이 됐다. 경영은 서 명예회장의 측근들이 맡았다. 셀트리온은 기 부회장,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축이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차원의 구도다.
다만 서진석 의장과 서준석 의장에게는 신사업이라는 특명이 있었다. 서진석 의장은 신약개발, 서준석 의장은 미국진출이 과업이었다. 서 명예회장이 은퇴한 후 신약개발이라는 화두가 계속 전면에 있었던 것도 서진석 의장의 영향력에서 비롯됐다. 신사업을 띄워야 하는 입장에서 서진석 의장의 키워드인 '신약개발' 외 대안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의장직'이라는 게 경영에 직접 개입이 어려운 구조다 보니 뭔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엔 모호했다. 그렇다고 기존 경영진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공격적으로 하기에도 쉽지 않았다. 큰 결단을 내릴만한 리더십도 구심점도 없었다.
나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영구도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셀트리온=서정진'이라는 공식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서 명예회장이 복귀하면서 전략이 분명해졌다. 신약개발보다는 M&A 등 확장전략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약개발을 하더라도 당장 성과가 나오는 기업의 M&A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리더십 하에 그의 측근인 기존 경영진들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 명예회장이 복귀하자마자 CFO를 이사회에서 제외한 것도 공격적 확장전략을 위한 나름의 전술차원으로 해석된다. 신약개발에 초점을 뒀던 오너2세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오너2세는 신약개발에 초점을 뒀지만 서정진 명예회장은 복귀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M&A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 전략의 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