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보유지분을 카카오에 공개매수로 넘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칙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오히려 하이브 입장에서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편이 카카오와 ‘불편한 동거’를 끝내면서도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에게 미칠 파장이 크다.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공개매수에 모두 응모할 경우 카카오의 공개매수 물량 가운데 20%만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서다. 가뜩이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폭락으로 카카오의 공개매수 경쟁률이 치솟을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하이브가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들의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카카오가 매입하지 않은 주식 잔량은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어디까지 곤두박질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록딜 대신 공개매수 택할까1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12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유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모해 보유지분을 넘기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중단한 시점에서 15%가 넘는 지분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8.45% 가운데 14.8%를 2월 중 확보했다. 3월 1일 끝낸 공개매수로 확보한 추가지분까지 합쳐 하이브의 보유지분은 모두 15.78%로 현재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보유지분을 전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모해 넘길 경우 하이브가 확보할 수 있는 차익은 상당하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도 공개매수 가격과 같은 주당 12만원에 샀는데, 지분 15.78%를 확보하는 데 들인 돈은 약 45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해 전량 매각하게 되면 하이브는 해당 지분을 5635억원에 팔게 되며 약 1127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 편이 깔끔하게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블록딜 방식으로 카카오에 지분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6개월 동안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대상 회사의 지분을 살 수 없다. 카카오가 블록딜로 적어도 6개월간 하이브에게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하이브 입장에서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가치를 얼마로 산정할지가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이후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로부터 6개월 뒤 가격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 장내매도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하이브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산정하겠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2만~15만원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이 역시 하이브와 카카오에게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 주주, 하이브 공개매수 참여가 투자수익 ‘변수로’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의 골치가 아파질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락하면서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흥행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하이브가 보유지분을 모두 응모할 경우 경쟁률이 더욱 상승하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상승해 초과 응모분이 늘어나면 주주들의 투자수익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공개매수를 진행하되 응모물량이 최대 매수예정수량인 833만3641주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은 매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응모 주식은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수하기로 했다. 예컨대 공개매수 경쟁률이 2대 1을 기록할 경우 A씨가 응모한 10주 가운데 5주만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입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입하지 않은 물량은 장내에서 팔아야 한다. 문제는 공개매수 직후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다만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일부 지분만 응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보유지분 전체를 공개매수에 응모하더라도 카카오에게 매입되는 지분이 얼마일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카카오와 협력을 이어갈 방침인 만큼 시간을 두고 일단 지분제휴를 맺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4일 11만5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직전거래일보다 1.86% 상승했다. 다만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15만원대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