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추가 공개매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실행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실탄은 있다. 하이브는 앞서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위해 자기자금을 대거 마련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7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그러나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와 해외 레이블업체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썼다. 비록 공개매수 재원으로 쓰려던 현금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중 절반이 계열사에서 끌어온 돈이라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때문에 하이브가 추가 공개매수에 성공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시가총액에 비해 이익창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논의 중", 공개매수 가격 '눈길'9일 하이브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추가 공개매수할지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개매수와 관련해 내부 논의 중”이라며 “현재로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이브는 앞서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단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13만원까지 치솟은 탓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은 0.98%에 그친다.
카카오가 하이브에 뒤이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 카카오는 공개매수 가격으로 주당 15만원을 제시했는데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그 이상으로 급등했다. 하이브의 추가 공개매수 기대감 때문이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상황이 반전된 셈이다.
하이브가 추가 공개매수를 강행할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PER(주가수익비율)은 8일 종가인 15만8500원 기준으로 27.57배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사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편이다. 하이브의 PER은 48.88배, JYP엔터테인먼트는 39.25배다.
이에 비춰보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브가 18만원에 추가 공개매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하이브의 실탄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도 공개매수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재원으로 확보해뒀던 현금을 고스란히 쌓아뒀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위해 자기자금으로 7200억원을 마련했는데 이 가운데 쓴 자금은 280억원에 그친다. 즉 추가 공개매수 시 실탄으로 쓸 수 있는 현금이 6920억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주당 18만원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하이브의 남은 자금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384만4122주를 추가 취득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 발행주식 총수의 15% 정도에 해당한다. 하이브가 현재 보유한 15.78%까지 합치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자금력 '적신호', 승자의 저주 우려도그러나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공개매수를 위해 재원을 확보하긴 했지만 하이브의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1조원인 것으로 집계됐지만 지금은 그보다 줄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를 4200억원에 샀을 뿐 아니라 북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QC미디어홀딩스라는 레코드레이블회사를 3140억여원에 매입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재원 가운데 3200억여원을 계열사에서 빌려 마련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자체 현금만으로 부족해 자회사까지 동원해 현금을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하이브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은행 대출 등을 먼저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금리가 상당히 높아지기에 일단 은행 문을 먼저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은 하이브에 우호적으로 반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의 대량 매집을 놓고 들여다보겠다고 경고하면서 은행의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에 끝끝내 올랐을 시 하이브에 빌려줬던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피아가 식별되지 않는 상황이 돼서 그 어떤 금융사들이 의사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추가 공개매수에 나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PER로 따지만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가치가 높은 편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시가총액으로 본다면 벌써 3조5000억원을 넘었다”며 “한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아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