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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카카오엔터, SM 인수 '전면에'...20조 밸류 IPO 정조준?

카카오와 공개매수자로 등판…글로벌 사업 강화로 밸류↑, 미국증시 입성까지 노린다

이지혜 기자  2023-03-10 11:03:17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품기 위해 치른 대가는 적지 않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당초 주당 9만1000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 두 배에 가까운 15만원을 들여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하이브와 소송전에서 패배했고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다.

카카오가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매달리는 결정적 배경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기업공개)가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기업가치 20조원을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기업가치는 2년째 10조~11조원대에서 지지부진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덩치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즉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품고 기업가치 20조원 이상을 향해 진격한다는 뜻이다. 또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효과를 보며 해외 증시 입성의 발판이 되어줄 수도 있다.

◇카카오엔터, 공개매수자로 전면에

10일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와 나란히 공개매수자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부터 26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해서 각각 17.5%씩 확보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예정 주식 수는 카카오가 416만6821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416만6820주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보다 단 1주 더 많이 매수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각각 6250억원씩 총 1조250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개매수자로 전면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국부펀드에서 유치한 1조2000억원이 모두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금이 넉넉한 카카오와 함께 나섰지만 최종적으로 이 지분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갈 것”이라고 마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사 피랩인베스트먼트로부터 1조 2000억원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켜 2월 24일 9000억원이 납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000억원 정도만 타법인 인수대금으로 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모회사인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2조원의 현금성자산이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나란히 공개매수하는 배경이다.

◇'오버페이' 없다더니 5000억 더 투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당 9만1000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지금은 당시의 두 배에 가까운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9만1000원 기준으로 본다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5%는 76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5000억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가 ‘오버페이’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과 대비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막대한 금액을 감수한 배경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가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4월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IPO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는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았고 몸값도 좀처럼 뛰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10월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몸값이 약 10조원이었는데 올 1월 해외 국부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에도 기업가치를 11조~12조원 정도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당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를 단숨에 수조원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 정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게 됐다”며 “투자자의 엑시트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몸값을 높이기 위해 대형 M&A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몸값 높이기 '넥스트 스텝'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전에서 승기를 쥔다면, IPO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카카오픽코마를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픽코마와 함께 IPO 시 2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2025년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하며 국내 유일의 글로벌 스케일 엔터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사업 확대의 계기로도 여겨진다. 이는 국내를 넘어서 미국 증시까지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2021년 4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1년 내 IPO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등 다양한 시장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픽코마는 2020년 7월부터 일본 만화 단일 플랫폼 가운데 거래액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픽코마 유럽’을 설립하는 등 사업범위를 전세계로 넓혔다. 카카오피코마 지분은 카카오가 72.9%,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8.2%를 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글로벌 IP를 보유했다. 일본, 중국, 태국, 미국 등 전세계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가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을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음원 유통 총괄 미등기임원이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합작 북미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 삼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는 웹툰, K-팝, 드라마 등의 글로벌 확장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라며 “웹툰은 미국시장에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며 신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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