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SM엔터 경영권 분쟁

SM, '역대 최대' 자사주 취득 신탁...거버넌스 개혁 '상징성'

635억 규모, 주가 하락 대응…주주환원정책 강화·SM 3.0 추진 의지 '강조'

이지혜 기자  2023-03-13 16:51:19
SM엔터테인먼트가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신한투자증권과 관련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증권사 쪽이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는 하나증권으로 계약체결기관을 바꿨다.

이번 자사주 취득 신탁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락하자, 이때에 맞춰 자사주 신탁을 추진해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의지와 거버넌스 개혁안인 'SM 3.0'에 대한 상징성을 둘다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635억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 재추진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하나증권과 2024년 3월 12일까지 약 1년 동안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635억원이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2월 2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신한투자증권과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증권사가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계약은 당시 진행하지 못했던 건을 증권사만 바꿔 다시 추진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해마다 진행하는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자사주 신탁을 진행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과거 미래에셋증권과 2013년 50억원 규모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고 2017년까지 해마다 연장했다. 2020년부터는 해마다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신규로 맺긴 했지만 규모가 100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자사주 취득 신탁 규모를 6배 이상 확대한 셈이다.

거버넌스 개혁의 일환으로 자사주 취득 신탁을 재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2월 말 입장문에서 “향후 3개년 간 이수만 전 대주주에게 사후정산됐을 프로듀싱 인세 추정금액인 635억원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말을 기점으로 이 전 대주주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끝냈다. 이밖에 이 전 대주주가 지분의 상당량을 보유한 SM브랜드마케팅(SMBM)과 드림메이커(DM)과 계약도 올해 안에 끝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이크기획과 SMBM, DM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프로듀싱 인세 등 명목으로 이 전 대주주에게 흘러들어가는 자금창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해당 회사들과 거래 종료로 앞으로 3년 동안 635억원의 이익을 아낄 것으로 추산하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주주환원정책 강화·SM 3.0 추진 '의지' 강조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거버넌스 개혁안인 SM 3.0을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주환원정책은 SM 3.0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12일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히자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도약이라는 미래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모든 주주들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정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 부양 측면에서도 의미가 상당하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이브의 이번 결정으로 13일 종가가 직전 거래일 대비 23.48%나 떨어졌다.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에 힘입어 연초 7만원대에서 15만원대로 급등했는데 이런 기대감이 사라지자 주가가 11만3100원으로 급락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까지 26일 종료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를 중단하면서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이 사라지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떨어졌다”며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끝나고 난 뒤 주가가 오를 만한 계기가 사라지는 만큼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