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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하이브, SM 인수 '돌연' 포기…노림수는

재무부담 확대 등 '승자의 저주' 의식했나, 비핵심 자산 인수로 선회 가능성도

이지혜 기자  2023-03-13 11:27:18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돌연 포기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하이브는 추가 공개매수 등을 검토하며 실탄 마련을 고심했지만 불과 하루이틀 만에 전격적 결단을 내렸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직접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만큼 이번 결정이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는 시장 과열로 SM엔터테이먼트 지분 인수에 드는 비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자칫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을 시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재무건전성을 방어하고자 지분 인수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협력하며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1조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사업에 집중하고, 하이브는 자회사 등을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복안일 수 있다.

◇하루이틀새 전격 결정…카카오가 ‘최종 승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12일부로 중단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 의장이 직접 주요 기관투자자를 만나 SM엔터테인먼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이브에 힘을 실어달라 요청했던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하이브는 지난 주 금요일인 10일까지도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추가 인수를 위해 자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불과 단 하루이틀 만에 결정이 뒤바꼈다. 하이브는 일요일인 12일 오전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금요일 카카오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은 점을 고려하면 하루이틀 만에 하이브와 카카오가 ‘대승적’ 합의에 도달한 셈이다.

하이브의 결정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극한 대립이 벌어진 것은 한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2월 7일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게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지분 9.05%를 넘기겠다고 밝히자,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여기에 반발해 8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이를 저지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하이브가 등판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지분 18.4% 가운데 14.8%를 넘겨 받기로 2월 9일 계약을 맺고 이튿날인 2월 10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개매수는 흥행하지 못했다. 이달 1일까지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은 0.98%에 그쳤다.

3월 7일에는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대금을 결제한 지 하루 만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와 카카오-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은 각각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를 꾸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주총 표대결을 예고했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하이브가 그간의 결정을 갑자기 뒤집은 셈이다.

◇‘오버페이’ 않겠다는 하이브, '승자의 저주' 의식?

하이브는 비용을 근거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1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당초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추가 공개매수를 검토했다. 주당 18만원이 유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가 앞서 공개매수를 진행하느라 마련했다가 미처 쓰지 못한 돈이 692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5%가량(18만원 기준)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를 4200억원에 사는 등 이번 인수전에 이미 쓴 돈이 적잖다.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해도 카카오와 대결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더 이상의 비용 지출은 ‘승자의 저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더욱이 하이브는 전환사채(CB) 물량도 상당하다. 2021년 11월 4000억원 규모로 사모CB를 발행했기에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등으로 재무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해당 CB 만기는 2026년 11월이지만 전환청구가능 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현재 전환사채(CB) 때문에 주가 흐름에 민감할 수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에 실탄을 모두 소진하는 대신, 카카오와 협력하는 방안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심자산 인수로 눈 돌렸나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보다 비핵심자산을 인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인수해 비용은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CFO

이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해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거버넌스 개혁안인 SM 3.0을 추진하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비핵심자산 매각에 주력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CFO는 “본업과 관련성이 낮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현재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에스엠컬처앤콘텐츠(SM C&C)와 키이스트다. SM C&C와 키이스트는 콘텐츠사업과 매니지먼트사업의 영역 확대 측면에서 하이브에게 있어서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SM C&C는 국내 최고의 MC 라인업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전현무 등이 SM C&C에 소속되어 있다. 키이스트는 드라마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확보해 둔 데다 배우를 중심으로 매니지먼트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도 이런 방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시 말해 음원 유통 등 글로벌사업은 카카오가 맡고 각종 매니지먼트사업과 콘텐츠사업은 하이브와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카카오도 12일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며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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