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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혁 "하이브의 적대적 M&A 시도, 기업가치 저해"

유튜브 동영상·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 작성 등 전면에서 주주 표심 잡기 '안간힘'

이지혜 기자  2023-02-20 17:31:18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CFO가 직접 나서서 하이브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비판했다. 장 CFO는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매입하고 주식을 공개매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려는 것을 놓고 적대적 M&A(인수합병)라고 규정했다. 또 ‘특정주주를 위한 SM'으로 회귀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CFO가 직접 나서는 사례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장 CFO의 행보가 눈에 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CFO가 현 경영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 등과 함께 'SM 3.0' 등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요동치며 투자자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투자자 신뢰를 얻고자 장 CFO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혔다는 의미다.

◇장철혁 “하이브 행위는 적대적 M&A, 주주가치 저해”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장 CFO가 20일 유튜브 채널 SMTOWN(SM타운)에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장 CFO는 이 동영상에서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이사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진행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공시하고 반대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는 현 경영진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기에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썼다. 장 CFO는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에도 작성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는 장 CFO가 유튜브에서 주장한 것과 내용이 다르지 않다. 장 CFO는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특정주주를 위한 SM’이라는 잘못된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하이브가 M&A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인수되면 취약한 거버넌스 아래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나 이 전 총괄 지분 매입 등을 공시하는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실사자료 제공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공정한 실사 과정없이 ‘조 단위’ 빅딜을 이사회에서 가결시켰다는 것 자체가 하이브의 거버넌스가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는 의미다.

또 장 CFO는 SM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나 주주가치를 저해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 개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장 CFO는 “하이브가 SM브랜드마케팅, 드림메이커 지분까지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이 전 총괄에게 별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면 전체 시장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공연티켓 가격 상승 등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 문의 많아, 회사 대변 스피커"

장 CFO가 전면에 나서서 대응하는 것을 놓고 이목이 쏠린다. 플랫폼 등 IT업계를 중심으로 CFO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등에 참여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CFO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장 CFO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40% 보유했을 때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주주 간에 어떤 이해상충이 발생하는지 문의가 많았다”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IR 담당자인 CFO가 스피커로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장 CFO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이브와 표대결이 예상되자 주주를 상대로 표심을 잡기 위해 움직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요동치며 소액주주의 표심이 변수로 떠오른 지금, CFO가 직접 나서서 신뢰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장 CFO는 이성수와 탁영준 대표이사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 개혁 등을 주도하고 있다. 3일 ‘SM 3.0' 등 거버넌스 개혁안을 발표할 때에도 장 CFO는 제작센터·레이블 체계가 어떤 사업 지표로 전환되고,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장 CFO는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정기주총 때 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 합류해 지금까지 거버넌스 이슈에 깊게 관여해왔다. 그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과 경영진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인물로 꼽힌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장 CFO는 1974년 6월생으로 1997년 회계사 자격을 얻은 뒤 약 3년 동안 삼정KPMG에서 일하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삼일PwC의 딜본부에서 M&A(인수합병) 관련 실사 평가, 매각·매수 자문 등 업무를 수행했다. 2019년 스킨푸드를 시작으로 CFO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해 2022년 SM엔터테인먼트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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