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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하이브 주주제안, 얼라인 합의안보다 '한 발 더'

배당성향 더 높이고 사외이사 비중 더 확대... 현 경영진 교체, 곽준호 감사 '압박'

이지혜 기자  2023-02-16 16:53:16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 구성을 놓고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현 경영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과 대결을 예고했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제안대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임시로 꾸리고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선임하겠기로 했는데 하이브가 거부한 셈이다.

하이브의 주주제안은 큰 틀에서 얼라인파트너스-현 경영진이 내놓은 합의안과 방향성은 같다. 이사회 산하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를 확대하며 배당금을 종전보다 늘리자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하이브는 이번 주주제안이 얼라인파트너스의 과거 합의안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자평했다.

또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의 임기 만료에 맞춰 하이브 관계자로 사내이사진을 꾸리며 기타비상무이사와 비상근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 경영진을 물갈이하는 것은 물론 얼라인파트너스의 영향력마저 약화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파트너스 제안보다 ‘더 발전적’ 강조

하이브가 16일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하이브는 “이번 주주제안을 계기로 SM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모범적 지배구조를 실현하는 기업이자 주주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전자투표제 도입과 함께 이사회 개편에 중점을 둬 주주제안을 진행했다. 1명의 감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꾸려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는데 이런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셈이다.

또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내부거래위원회는 과거 라이크기획처럼 회사의 이익이 내부거래로 불공정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감시한다.

보상위원회는 주요 임원의 보수를 경영성과와 연계시키고 보상지표에 주주수익률을 반영하도록 이끈다. 단순히 경영지표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운영 효율성 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하이브의 주주제안은 얼라인파트너스와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이 과거 발표했던 합의안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훨씬 발전되고 선진화했다”고 말했다. 화우는 현재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하이브의 이번 주주제안은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앞서 발표한 합의안과 방향성은 같다. 이성수와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얼라인파트너스와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1월 20일 12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각각 3명씩, 기타비상무이사를 1명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며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립한다.

여기에 비춰본다면 하이브의 주주제안을 따를 경우 얼라인파트너스 등의 합의안보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확대되고 내부 위원회 등을 더 많이 갖추게 된다.

주주친화 정책도 더 강화했다. 얼라인파트너스 등의 합의안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하이브는 당기순이익의 30% 이내에서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타비상무이사·감사 선임 ‘맞불’

이번 주주제안이 통과된다면 하이브가 이사회를 완전히 물갈이하는 동시에 얼라인파트너스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재상 하이브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법률책임자),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내세웠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와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를 추천했다.

이성수와 탁영준 공동 대표이사와 박준영 사내이사, 지창훈 사외이사 등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이사진의 임기가 3월 27일 끝나는 데 맞춰 하이브 경영진과 하이브의 추천 인사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를 이끌게 되는 셈이다.

또 하이브는 기타비상무이사에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인 VIG파트너스 박병무 대표 파트너를 추천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려고 했는데 하이브가 여기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하이브는 또 비상근 감사에 최규담 NC소프트 상무를 추천했다. 현재 SM에터테인먼트에 곽준호 감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임기가 2025년 3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띈다는 평가다. 감사위원회를 두고 사외이사가 여럿 참여하는 구조는 많지만 감사가 다수인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곽준호 감사가 얼라인파트너스의 추천으로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만큼 하이브가 그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이브의 제안이 SM엔터테인먼트 주주를 설득했는지 여부는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을 매입하고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종 40%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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