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지 시선이 몰린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순간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카카오는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법무법인과 주관사를 선정해뒀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이브가 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에는 하이브의 위험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카카오의 의중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자금력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수천억원을 더 투입한다면 자칫 하이브까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하이브가 명분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주주제안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는 배당성향을 높이고 SM엔터테인먼트의 본원적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로 경영진을 꾸리겠다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또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내부거래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쟁적 공개매수 가능성에 SM 주가 고공 행진
증권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6일 기준 13만1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직전거래일 대비 7.59% 상승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일 12만원을 돌파했는데 이튿날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9일까지만 해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9만원대에 그쳤다. 그나마도 많이 오른 편이었다. 2021년 하반기부터 5만~7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경영권 분쟁이 생기고서야 9만원대로 올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하이브가 경쟁적으로 주식을 공개매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앞다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카카오는 수차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수에 오버페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 등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카카오가 강수를 둘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럴 경우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고 발행주식 총수의 25%를 취득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할 예정인 점까지 고려하면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대 40% 보유하게 된다.
◇법적 제한 없어도 걸림돌·변수 산적
이에 따라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단 법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법 제136조 제3항 단서와 동법 시행령 제147조에 따르면 △매수 가격 인하 △매수예정주식 등의 수의 감소 △매수대금 지급기간의 연장 △공개매수 기간의 단축 또는 응모주주에게 줄 대가의 종류의 변경 등에 대해서만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에 하이브의 위험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가 공식적 행보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 리스크를 감수하기에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에게 3월 2일까지 4228억원, 공개매수로 최대 7142억원을 3월 6일까지 납입해야 한다. 3월 초에만 1조100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는 않다. 외부 차입을 확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막대한 금융비용과 재무구조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법원 판결도 변수다. 현재 이 전 총괄은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 대리인으로 삼아 법원에 SM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를 대상으로 한 유증과 CB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해뒀다. 판결은 3월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현재 카카오는 법률대리인으로 태평양을 앞세워 가처분 신청에 대응하고 있는데 첫 심문도 치르지 않은 상태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에는 하이브의 부담이 클 수 있다.
무엇보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언제까지 오름세를 이어갈지 알 수도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에 대한 본원적 재평가로 주식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에 주가가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명분싸움 주도권 잡아 표심 잡나
하이브가 공개매수에서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3월 정기 주총에서 표대결이 벌어졌을 시 불리해질 수 있다. 하이브와 이 전 총괄 지분은 18.5% 정도다. 일반적으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최소 3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하이브가 주주제안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고유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사회와 경영진을 구성하고 배당성향을 당기순이익의 최대 30%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주주들의 마음을 얻고자 애쓰고 있다는 말이다.
또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경영권 참여 배제, 내부거래 문제 등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명분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평가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예정했던대로 12만원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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