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앞두고 치솟는 주가에도 오버페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13만원대를 돌파했던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이틀째 하향 조정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공개매수가(12만원)를 웃돌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얼라인파트너스 측에선 주가가 계속 올라있는 게 유리하다. 내달 초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움직이기 힘든 카카오를 대신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히하는데 유리하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
사진)가 언론 등을 통해 과도한 주가전망을 내놓는 등 위험한 수를 두며 곡예를 펼치는 이유다.
◇이창환 대표, 30만원 주가전망은 문제가 없나이창환 대표는 얼마 전 유명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SM 3.0이 성공하면 몇 년 내 영업이익은 3배, 주가는 3년 뒤 30만원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매체 등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몇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기업과 주가 전망에 대해선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거의 '예지의 영역'에 가까운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 남짓을 가진 얼라인의 대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행동주의 이슈를 이끌어낸 인사다. 행동주의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의 화두를 던지고 실제 변화에도 개입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얻은 수익률에 만족해 접을 수도 있다.
경영권 이슈만 부각해 주가를 띄우고 빠져나간다면 피해는 결국 기업과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그의 섣부른 발언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벤트 발생 때마다 개인에 대부분 매수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부양 호재가 빠지면 개미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7만원대에 머물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던 시기는 지난달 20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조회공시가 뜨던 날부터다. 이때 종가가 8만3000원, 장중 최고가는 8만4500원을 기록했다.
이달 7일 카카오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 공시가 뜨면서 주가는 장중 최고 9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14일 이 대표가 유명 유튜브에 출연한 날 너무 적절한 시기에 CJ그룹이 등판한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난 곳에 기름이 부어졌다. CJ 측은 즉각 부인했지만 이미 시세는 시간외 상한가를 쳐버렸다. 이후 15일 들어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넘어버렸다.
16일 IBK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매수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68만3398주는 아직 매수자가 누군지 파악이 안 된 만큼 이를 제외해도 이벤트 때마다 개인이 대거 매수했다. 이 같은 상황이 소액투자자에 좋다고 하지만 언제 빠질 지 모르는 주가라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고 있다.
◇노림수는 하이브 공개매수 차질 유발얼라인 입장에서 치솟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꽃놀이패다. 얼라인의 운용수익 증가와 하이브의 공개매수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 우군인 카카오는 내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오픈되기 전까지 움직이기가 어렵다. 가처분 기각 후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는다 해도 먼저 시작한 하이브를 추격하기도 쉽지 않다. 그전까지는 얼라인이나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을 방해하는 게 주효한 전략이다.
게다가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로 취급돼 세금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 주가가 12만원대에 머물러 있으면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이브는 같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는데도 카카오보다 2배 많은 돈을 쓰면서도 지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카카오는 주당 9만1000원에 신주를 받아오는데 반해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구주를 샀다. 가처분이 기각돼 카카오의 유증과 CB 전환으로 전체 발행주식이 늘어날 경우 하이브의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하이브와 카카오 딜이 이뤄지는 내달 6일까지 공개매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하이브 측과 카카오-얼라인 측의 지분 차이는 6%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 4.2%를 가진 컴투스가 하이브 손을 잡을 지는 아직 모르지만 국민연금(7%)이나 KB자산운용(5%) 중 한 곳만 끌어와도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