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CJ그룹으로 넘어간 뒤 IR 내용이 빈약해졌다. 연간 수익성 목표치를 담은 경영계획을 돌연 공개하지 않으면서 실적 예측 가능성은 떨어졌다.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이 가이던스를 부활시키며 IR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자본적 지출(CAPEX) 계획마저 IR 자료에서 빠져 정보 공개 범위가 좁아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 9일 공개한 지난해 4분기 경영 실적 발표 IR 자료에 올해 경영계획 목표치를 담지 않았다. IR은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IR 자료는 지난해 4분기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반 투자자들은 실적 추이와 대략적인 사업 전략 토대로 올해 실적 목표를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1년부터는 유일한 예측 정보였던 CAPEX 집행 계획을 IR 자료에 싣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4분기 경영 실적 발표 IR 자료에 포함했던 정보였다. 물류기업의 투자 규모는 미래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핵심 지표다. 투자 규모로 한해 현금흐름과 재무 영향 등을 판단할 수도 있다.
한때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 상장사 중에서 IR 정보 다양성과 신뢰성 제고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2013년까지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해 투자자들의 실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줬다. 2011년 12월 아시아나항공에서 CJ제일제당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에도 이어진 IR 정책이다.
2013년에는 분기 중에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해 실적과 오차율을 줄이기도 했다. 지금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인 최은석 사장이 당시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으로 있었다. CJ대한통운은 경영지원실장이 CFO 역할을 수행했다.
최 사장은 2013년 10월 CJ대한통운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CL(계약 물류) 사업을 제외한 포워딩·택배·해운항만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출 목표는 당초 전망에서 1조1000억원 낮춘 4조원, 영업이익은 연초 경영계획의 4분의 1 수준인 520억원으로 정정했다. 그해 거둔 실적과 오차율은 매출 -5%, 영업이익 +23%였다.
CJ대한통운은 2014년부터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공표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CJ제일제당도 2013년까지 내던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 STX팬오션, 사모펀드,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도 유지했던 CJ대한통운의 IR 정책이 CJ그룹에 들어간 뒤 달라졌다.
연간 CAPEX 계획을 발표하는 IR 정책은 한동안 유지했다. 매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는 IR 자료에 사업 부문별로 전년도 CAPEX 집행 현황과 주요 투자 예정 내역, 금액을 표로 정리해줬다.
경쟁사인 ㈜한진은 CJ대한통운과 반대 행보를 보여줬다. 2019년부터 중장기(5개년) 실적 가이던스를 내고, 변동이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도 진행했다. 투자계획도 단순한 수치 제시에 그치지 않고, 연간 현금 유입과 유출 등을 포함한 재원 마련 방안까지 담았다.
현재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으로 있는 이한메 상무는 부임 이후 기존 IR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CJ대한통운 혁신추진단장에서 경영지원실장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아직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의 IR 정책 변화를 따라가지는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 IR부터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전사 실적 가이던스를 주고 있다. 연간 매출 증가율 범위(올해 7~9%)와 영업이익률(올해 전년 수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부터 IR 자료에 예측 정보를 늘렸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률 목표와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공개했다. 2020년 순차임금을 4조8000억원 이내로 설정하면서, 현금 유입 규모와 CAPEX 목표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