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THE CFO가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CJ대한통운이 1997년 마지막 배당 이후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재개했다. 호실적을 기록하며 배당 재원이 마련됐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CJ대한통운은 꾸준히 현금배당을 이어갈 수 있을까.
CJ대한통운은 이달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전체 배당금 규모는 100억원 수준이다. 배당 배경으로는 전년대비 19.7% 성장한 영업이익과 24.4% 성장한 순이익이 꼽힌다. 영업이익은 4118억원, 순이익은 19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2조1307억원으로 집계됐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택배 판가 인상과 포워딩 물량 증가, 항만 물동량 정상화, 이커머스 신규 고객 수주 증가 등을 들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4분기 매출액이 소폭 하락했으나, 택배·이커머스 수주 증가로 물동량이 회복하고 글로벌 사업 영업 확대로 연간 매출은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지속적인 수익 구조 개선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4분기와 연간 누적 실적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금배당은 26년만에 이뤄졌다. CJ대한통운은 1997년부터 2021년말 결산까지 단 한차례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CJ그룹에 인수된 2011년에는 배당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소식이 없었다.
CJ대한통운은 오랜 기간 무배당을 고수해오며 배당가능 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바꿔말하면 작년 만큼은 배당가능 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별도 당기순이익이 고지되지는 않았지만 전년 1396억원 대비 재원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CJ대한통운이 앞으로도 배당을 이어나갈 지다. CJ대한통운의 배당정책 기조가 달라졌다면 지속적인 배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3분기까지는 배당금 책정보다는 투자와 현금 비축을 우선해 왔다. 분기보고서 내 배당정책에 따르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우선적으로 판단한 후' 배당을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이 기조는 2021년말 무배당으로도 증명된다. 통상 배당의 근간으로 보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400억원 확대된 1396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을 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이 일부 발생하였으나 전략적 투자를 통한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배당정책이 고지되지는 않았다. 다만 올해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인 만큼 2023년 연말에도 결산 배당을 기대할만 하다. 시장에서는 올해 CJ대한통운이 택배비용을 평균 5% 인상하며 수익성을 늘릴 것으로 보이고 2022년 택배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3년에는 더 나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봤다.
한편 CJ대한통운이 배당을 이어나간다면 배당성향을 높이는 데도 주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의 배당금을 살펴보면 주주들의 요구에 부합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이 책정한 주당 500원의 배당금은 1996년 배당금 수준이다. 1994년과 1995년에 비춰보면 오히려 주당 100원씩 줄었다. 총주주수익률(TSR)도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