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 ‘빅(BIG) 3’(출하량 기준)는 시멘트 제조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인 건설사 공급까지 일련의 밸류체인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각 계열사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레미콘뿐 아니라 골재나 운송 관련 계열사를 두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데 계열사 편제는 ‘BIG 3’마다 다르다.
쌍용C&E는 벨류체인을 시멘트, 레미콘, 골재, 운송, 하역 등으로 세분화해 계열사별로 전문성을 부여했다. 반면 한일시멘트그룹과 아세아그룹은 핵심 시멘트 제조 계열사가 시멘트, 레미콘, 모르타르를 모두 생산하는 방식으로 효율화를 꾀했다.
◇쌍용C&E, 시멘트-운송-하역-레미콘 계열사별 ‘특화’시멘트업체는 시멘트제품 제조가 핵심인 비교적 단순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업체의 주요 고객인 레미콘업체에 시멘트제품을 판매하고 운송하며 레미콘업체는 레미콘의 또다른 원료인 모래와 자갈 등 골재를 조달하는 등 최종 소비처인 건설현장에 공급되기까지 일련의 밸류체인이 요구된다.
쌍용C&E(+대한시멘트),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등 ‘BIG 3’는 밸류체인별 계열사를 배치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편제는 각양각색이다.
밸류체인별 계열사를 그룹에 내재화하는 이유는 각 계열사에 제품을 판매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가 크다. 슬래그시멘트업체가 시멘트 제조 계열사로부터 일반시멘트(포틀랜드시멘트·OPC)를 구입하거나 레미콘업체가 계열사들로부터 일반시멘트, 슬래그시멘트, 골재, 혼화제를 공급받는 식이다. 운송업체와 하역업체를 별도로 두고 용역을 맡길 수도 있다.
쌍용C&E는 밸류체인을 세분화하고 계열사별로 역할을 특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쌍용C&E는 연안의 동해공장과 내륙의 영월공장에서 클링커와 일반시멘트를 생산한다. 클링커는 시멘트 원료가 되는 덩어리로 클링커를 분쇄해 석고와 혼합하면 시멘트 분말이 된다. 동해공장 인근에는 북평공장을 보유해 수출항구로 이용하고 있다. 각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제품을 철도나 차량, 선박으로 출하공장에 이송해 레미콘업체에 공급하는 형태다.
쌍용C&E는 슬래그파우더와 슬래그시멘트를 생산하는 다수 계열사를 확보하고 있다. 슬래그파우더는 제철 제조 공정의 부산물로 일반시멘트와 혼합하면 슬래그시멘트가 된다. 슬래그시멘트는 일반시멘트보다 저렴하지만 강도가 높다. 대표적인 슬래그시멘트 제조 계열사가 쌍용기초소재다. 쌍용C&E가 2008년 대한시멘트로부터 대한기초소재를 완전자회사로 인수해 쌍용기초소재가 됐다. 군산공장을 보유한 전북권 유일의 슬래그시멘트 생산업체다. 쌍용C&E가 2009년 완전자회사로 설립한 한국기초소재도 인천공장에서 슬래그시멘트를 제조한다.
쌍용C&E의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는 2016년 쌍용C&E를 인수하기 전 2012년 대한시멘트를 먼저 인수했다. 대한시멘트는 광양공장을 보유한 슬래그시멘트 제조업체다. 이어 2015년에는 포스코가 2009년 설립한 슬래그파우더 전문 제조업체 포스화인을 인수해 대한슬래그를 출범시키고 이듬해 대한시멘트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쌍용C&E 인수 이후인 2017년에는 대한시멘트가 쌍용C&E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대한슬래그도 광양공장에서 슬래그파우더를 생산한다.
쌍용C&E는 레미콘업체인 쌍용레미콘을 완전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레미콘은 건설현장에 공급되는 최종제품으로 시멘트에 골재와 혼화제를 섞어 만든다. 쌍용C&E는 1965년 국내 최초로 레미콘사업을 시작했으며 2009년 레미콘사업부문과 골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쌍용레미콘을 출범시켰다. 쌍용레미콘은 원료인 시멘트를 쌍용C&E와 슬래그시멘트 제조 계열사들로부터 매입하며 골재와 혼화제는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자체조달한다. 쌍용C&E는 한국레미콘과 영일레미콘 지분도 각각 40%를 보유해 매출처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쌍용C&E를 포함한 시멘트업체와 레미콘업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한국로지스틱스와 쌍용로지스틱스가 있다. 한국로지스틱스는 쌍용해운 자회사 현진케이에스의 해상화물운송사업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2016년 한국기초소재 완전자회사로 출범했다. 예인선이나 바지선 등 선박을 이용해 슬래그, 석탄재, 모래 등 운송업무를 담당한다. 쌍용로지스틱스는 같은해 쌍용해운의 하역사업을 양수하면서 쌍용C&E의 완전자회사로 설립됐다. 유연탄 하역을 비롯해 쌍용C&E 생산제품인 클링커와 벌크시멘트 등 해송화물의 보관과 이송을 담당한다.
◇한일, 시멘트·레미콘·모르타르 집중…아세아, 골재 전문 계열사 확보반면 한일시멘트는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을 부문별로 내재화해 덩치를 키운 것이 특징이다. 한일시멘트그룹에서 시멘트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는 그룹 모태인 한일시멘트와 2017년 인수한 한일현대시멘트다. 지주사인 한일홀딩스가 한일시멘트를 지배(지분율 60.9%)하고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를 지배(지분율 73.3%)하는 구조다. 한일시멘트는 단양공장에서 일반시멘트를, 포항공장과 평택공장에서 슬래그시멘트를 각각 생산하고 있으며 한일현대시멘트는 단양(삼곡)공장과 영월공장에서 일반시멘트를, 당진공장에서 슬래그시멘트를 각각 제조하고 있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시멘트만 생산하지만 한일시멘트는 레미콘과 모르타르도 제조한다. 모르타르는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한 건축자재로 벽돌 등에 고착제로 쓰인다. 한일시멘트는 레미콘과 모르타르의 원료인 시멘트를 자체조달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다만 또다른 원료인 골재는 관련 계열사나 사업장이 없어 외부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레미콘 제조 계열사는 한일산업과 한일레미콘(옛 안양레미콘)도 있다. 한일홀딩스의 완전자회사인 한일산업은 1974년 대관령 목장사업을 위해 설립됐지만 1992년 서산공장 준공으로 레미콘사업으로 확장했다. 레미콘과 모르타르의 또다른 원료인 혼화제를 공급하는 곳도 한일산업이다. 이외에 2008년 설립한 한일레미콘이 안양공장에서 레미콘을 제조하고 있다. 한일레미콘은 한일산업이 지분 59%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시멘트그룹은 시멘트 생산공장이 내륙에 있어 운송에 선박이 아닌 철도(화차)와 차량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쌍용C&E처럼 별도의 운송 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으며 철도와 차량은 주로 외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대신 시멘트, 레미콘, 모르타르 등 완제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한일L&C(옛 한일건재)가 2013년 설립돼 한일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있다. 이외에 또다른 한일홀딩스의 완전자회사인 무역업체 한일인터내셔널은 외부업체들의 철강제품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등 시멘트 제조 계열사에서 소요되는 유연탄을 수입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아세아그룹의 경우 시멘트 제조 계열사의 편제가 한일시멘트그룹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룹 모태인 아세아시멘트와 2018년 인수한 한라시멘트가 시멘트사업을 담당한다. 지주사인 아세아㈜가 아세아시멘트를 지배(지분율 53.9%)하고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를 지배(지분율 100%)하는 구조다. 아세아시멘트는 제천공장에서 일반시멘트를 생산한다. 한라시멘트는 옥계공장에서 일반시멘트를, 광양공장과 포항공장에서 슬래그시멘트를 각각 제조한다. 특히 옥계공장은 해안에 인접해 해운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시멘트 외에도 안양에 위치한 서울레미콘공장 등에서 레미콘과 모르타르도 생산하고 있다.
아세아그룹은 골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계열사를 별도로 두고 있는 점이 차별점이다. 아세아시멘트의 완전자회사인 아세아산업개발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아세아산업개발은 1994년 아세아그룹으로 편입됐다. 아세아산업개발은 완전자회사로 레미콘업체인 아세아레미콘과 삼성레미콘을 두고 있다. 아세아산업개발이 생산한 골재를 아세아시멘트와 레미콘 제조 계열사들이 이용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