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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CFO는 마지막 경력' 법칙 깬 포스코인터내셔널

노민용 부사장, 자회사 CEO 이동 '첫 사례'...CFO 재직 후 퇴임한 전임자들과 달라

양도웅 기자  2023-01-31 17:05:1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는 회사가 매출 기준 2위 계열사라는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달리 '경력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였다. 포스코홀딩스(구 포스코) CFO들이 재직 이후 자회사 대표이사로 이동하는 등 역할을 꾸준히 부여받은 점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2010년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에 인수된 이후 첫 CFO 역할을 한 이창순 전무도, 전국환 부사장과 민창기 부사장도 포스코인터내셔널 CFO를 끝으로 퇴임했다. 2014년 선임됐다가 약 1년 만에 포스코홀딩스 가치경영실장으로 이동한 뒤 회장에까지 오른 최정우 부사장(현 회장) 사례가 있지만, 일반적인 경향으로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출신과도 관계가 없었다. 이 전무와 전 부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재무 부문에서 초반 경력의 대부분을 쌓은 인물들이다. 민 부사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외 법인 대표 등을 지낸 대우 출신이다.

하지만 2019년 선임된 이후 3년 넘게 CFO 역할을 한 노민용 부사장(경영기획본부장)이 최근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 CFO의 차기 행선지 목록이 늘어났다. 포스코인터내셔널 CFO가 계열사 CEO로 이동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2020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STS 사업과 모터코아 사업, 후판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100% 자회사다. 사업 가운데 특히 구동모터코아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부품으로, 관련 사업은 높은 성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준 모터코아 판매량은 140만여대로 전년 대비 29.6%(32만여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조1796억원에서 1조4205억원으로 20.4%(2409억원) 확대됐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공장 복구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흑자(280억원)를 이어갔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현재 포항사업장 내 비효율적인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해당 공간에 구동모터코아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멕시코와 중국에서도 구동모터코아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노민용 부사장은 '구조조정과 지속 성장'이라는 분명한 미션을 받고 선임된 셈이다. 소위 한직으로 이동한 게 아니다.

사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역대 CFO 역할을 한 임원들은 대부분 재직 동안 최고경영자(CEO) 수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주요 경영 사안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경영기획본부 산하에 경영기획실을 두고 있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경험도 쌓았다.

올해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CFO 역할 조직을 개편했다. 경영기획본부를 트레이딩 부문 기획지원본부와 에너지 부문 기획지원본부로 분할했다. 이 가운데 어느 본부의 책임자가 사내이사로 추천될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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