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철을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원자재를 구입한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철광석과 석탄, 합금철, 니켈 등을 매입하는 데 총 17조6835억원을 썼다. 10월부터 12월까지 매입한 규모까지 합하면 지난해 원자재 매입에 약 20조원을 넘게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20조원은 웬만한 대기업의 한 해 매출액과 비슷할 정도로 큰 규모다. 회사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일 크다. 지난해 3분기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을 위해 사용한 비용 24조9857억원 가운데 원자재 매입비와 관련한 비용은 18조1921억원이다. 비중으로는 73%에 달한다.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원자재 매입을 하느냐에 따라 회사 수익성이 결정된다.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원자재를 매입하는 게 제품의 품질 면에서도, 수익성 면에서도 필수적인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임무를 띤 곳이 구매투자본부다. 최근 CFO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본부장에 선임된 이주태 부사장
(사진)이 1년 넘게 이끈 조직이다.
이 부사장이 구매투자본부장으로 있는 동안 포스코는 지난해 3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원자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거래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저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거래처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덮쳐 생산이 일시 중단됐을 때, 포스코는 원자재 공급사 50여곳에 연락해 계약 물량을 선구매했다. 생산 일시 중단으로 포항제철소가 원자재 구매 일정을 뒤로 미루면 포항제철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 공급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포스코는 2018년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다양한 고객사와 동반성장하는 걸 경영 우선순위로 뒀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힌남노 피해 수습과 3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 등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지난해 글로벌 철광석 공급업체인 발레(Vale)와 저탄소 철강 원료 확보를 위한 협력을 확대했다. 또한 호주 자원개발 업체인 핸콕(Hancock)과 수소환원제철 원료 생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두 글로벌 업체와 관련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모두 이 부사장이 책임자로 참석했다.
탄소 배출 저감은 포스코를 넘어 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최정우 회장은 신년사에서 저탄소 철강제품 생산, 수소환원제철 조기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그룹 프로젝트 추진에 이 부사장이 기여한 것이다. 이는 과거 5년간 미국법인장과 아시아법인장으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 지난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니켈 등의 가격이 1~2년 전보다 오르면서 회사 수익성이 악화한 점은 그의 이력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연결기준 포스코의 매출원가율은 89%로 전년동기 대비 10%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몸담은 포스코 구매투자본부는 예산이 큰 조직일 뿐 아니라 매일매일 수십 곳의 고객사와 줄다리기 협상을 하기 때문에 높은 책임감과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받는 곳"이라며 "이는 이 부사장이 맡게 될 CFO에게도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