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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재무 과제

그룹 자금줄로 떠오른 롯데물산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진화 1500억 우회 지원, 계열사 임대 수익으로 현금 창출

김형락 기자  2023-01-09 16:15:18

편집자주

롯데그룹은 메디컬, 바이오, 모빌리티, 수소,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력 사업에서 풀지 못한 재무 과제가 남아있다. 롯데건설 사태처럼 계열사간 출자와 공동 투자가 활발했던 롯데그룹은 재무 이슈도 여러 법인에 걸쳐 있다. 지주사와 각 계열사 CFO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다. THE CFO는 롯데그룹의 재무 과제와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롯데물산이 롯데그룹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호텔롯데의 자산 유동화를 돕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매듭을 풀어가는 롯데건설에도 조력자도 등판했다. 계열사들이 입주한 롯데월드타워&몰을 운영하면서 거둬들이는 현금을 바탕으로 그룹 자금 융통에 기여하고 있다.

롯데물산이 롯데건설 PF 부담을 해소하는 데 곳간을 열었다. 지난 5일 샤를로트제일차, 샤를로트제이차로 각각 750억원을 대여했다. 샤를로트제일·이차에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 단기사채(ABSTB) 매입 자금을 만들어주는 거래다.

롯데물산은 대여 거래를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로 공시했다. 샤를로트제일·이차는 롯데물산과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차주)이지만, 롯데건설을 위한 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여금이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해소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으로 3000억원을 대여하는 롯데정밀화학과 1500억원을 대여하는 호텔롯데도 내부거래로 판단했다.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에 간접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건설이 일으키는 차입에 자금보충 약정을 서줬다. 그해 1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차입금 1800억원, 12월 케이비그린에너지제일차 유한회사 차입금 1100억원 등에 롯데건설의 대출 원리금을 상환 재원이 부족할 경우 롯데물산이 자금을 보충해주기로 했다.

이번 대여 거래로는 롯데건설을 우회 지원하면서 이자 수익도 올리게 된다. 대여금 이율은 14%(후순위)다. 샤를로트제일·이차에서 연간 이자수익으로 210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대여 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롯데물산이 여유자금을 들고 있으면서 매년 계열사에서 임대 수익을 거두는 현금 창출력을 지니고 있어 자금 지원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이하 동일)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4186억원(기타유동금융자산 1931억원 포함)다. 2020년과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는 각각 3232억원, 5621억원을 벌어들였다.

롯데물산은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몰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입주사, 롯데월드몰 입점사에서 거두는 임대 수익과 롯데월드타워 오피스·레지던스 분양 수익이 주요 매출원이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에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이 입주해 롯데물산과 장기·고정 임대료 계약을 맺고 있다.

자연스레 매출 일정 부분이 그룹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 구조가 갖춰졌다. 지난해 3분기 롯데물산 전체 매출(3858억원) 중 34%(1299억원)가 특수관계자 매출이다. 롯데쇼핑(491억원), 호텔롯데(363억원), 롯데케미칼(108억원) 등이 주요 거래처다. 2021년에도 매출(7543억원) 중 21%(1561억원)가 특수관계자 거래로 발생했다.

자산을 매입해 계열사로 유동성도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텔롯데에 자금을 융통해줬다. 그해 7월 롯데물산은 롯데센터하노이를 소유한 해외 계열사(CORALIS S.A.) 지분 77.5%를 1679억원을 들여 취득했다. 호텔롯데가 들고 있던 CORALIS 지분 45%(975억원)와 롯데쇼핑, 롯데자산개발이 보유하던 나머지 지분 22.5%(488억원), 10%(217억원)다.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대여금 회수, 배당금 수취, 금융자산 현금화 등으로 매입 자금을 만들었다.

2021년에도 계열사 사이에 대규모 자산 거래가 있었다. 그해 5~6월 롯데물산이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롯데월드타워&몰 잔여 소유권 지분을 인수했다. 롯데쇼핑에 8313억원, 호텔롯데에 5542억원을 지급하고, 각각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15%, 10%를 가져왔다. 롯데물산은 기존에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소유권 지분(토지, 건물)과 토지 지분, 건물 관련 동산 지분을 현금화해 투자금을 만들었다.

롯데원드타워&몰 지분 인수 대금은 차입을 늘려서 형성했다. 롯데물산은 2021년 6월 4000억원(이자율 1.9~2.36%) 규모 공모 회사채(ESG채권)를 발행해 롯데월드타워&몰 소유권 지분 취득에 썼다.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과 금융자산 등을 처분해 만든 현금도 투입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주식을 처분해 유동성을 비축해 두고 있었다. 2018년 롯데케미칼 지분 11.3%(386만3734주)를 롯데지주로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매각해 1조0805억원이 들어왔다. 2017년 2729억원이었던 롯데물산 현금성 자산은 이듬해 1조429억원으로 불어났다.

롯데케미칼로부터 들어오는 배당 수익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롯데물산에는 롯데케미칼 지분 20%가 남아 있다. 계열사 배당 수익은 롯데물산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에서는 2020년 459억원, 2021년 247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롯데물산은 주주 배당보다 계열사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972억원)을 내고도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롯데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60.1%를 보유한 롯데홀딩스, 2대주주는 지분 32.83%를 보유한 호텔롯데다.

2020년 4~5월 한 차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유상감자를 진행했다. 롯데물산이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3.44%(204만3454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1.73%(102만8758주)를 매입해 각각 1149억원, 579억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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