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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동성 점검

롯데물산, 현금 적지만 담보 맡길 자산 '든든'

⑥월드타워몰·케미칼 지분 활용 외부 차입 가능...부채비율도 94%로 안정적

양도웅 기자  2022-12-02 08:17:19

편집자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신소재와 바이오 신사업 진출, 대규모 설비투자, 그리고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어느 때보다 롯데그룹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잇딴 채권시장 이슈에 더해 대규모 지출이 예상된 롯데그룹에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앞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부에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지금, 롯데그룹의 유동성 상태를 THE CFO가 점검해본다.
최근 롯데건설을 지원한 계열사 6곳 가운데 롯데물산은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 않은 유일한 계열사다.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해 롯데건설이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부터 총 3500억원의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롯데물산은 부동산 관리 및 개발 사업을 영위한다.

자금보충약정은 효과 면에서 '빚 보증'과 같다 롯데건설이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롯데물산이 롯데건설에 부족한 자금을 채워주겠다는 약속이다. 롯데물산이 롯데건설과 맺은 자금보충약정 규모는 4200억원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 등처럼 직접 자금을 지원한 건 아니기 때문에 일견 롯데물산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롯데물산의 보유 현금 규모를 살펴보면 상당한 책임감을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올해 9월 말 기준 롯데물산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340억원이다. 자금보충약정으로 4200억원을 제공했으니, 곳간이 빌 각오를 하고 지원한 셈이다. 들어오는 현금은 많지 않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롯데물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지분 관계가 없는 롯데건설을 지원한 건 롯데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그룹 이익 관점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물산 지분은 롯데홀딩스 60.10%와 제L3투자회사 5.25%, 호텔롯데 32.83%, 신동빈 회장 1.82% 등이 나눠 들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 신 회장은 모두 롯데건설 주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건설 주주들이 곧 롯데물산 주주들로, 롯데건설 주주들의 입장이 롯데물산에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단 롯데건설 주주들이 여러 계열사 중에 롯데물산을 낙점한 결정적 이유는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몰 등 우량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유 현금은 적지만, 우량 자산 중 일부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일으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현재 롯데물산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가치는 3조806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토지와 건물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이를 담보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의 은행들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롯데물산의 조달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더불어 그룹 최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분 20%를 들고 있는 점도 롯데물산의 조달 여력을 높이는 또다른 요인이다. 롯데케미칼 지분 20%는 1일 현재 1조원 넘는 시장 가치를 갖고 있다. 지분 일부를 증권사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선택지도 갖고 있다.



(출처=롯데물산 2022년 3분기 사업보고서)

지난달 신용평가사들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인도네시아 NCC 건설 프로젝트,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지만, 시장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높은 성장성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든든한 우량 자산 덕분에 롯데물산은 곳간보다 큰 규모의 보증을 롯데건설에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도 94.85%로 낮은 편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도 버틸 체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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