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수익스왑(PRS)을 활용한 지분 유동화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롯데케미칼을 두고 업계가 추가 자회사 유동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인도네시아 자회사를 활용한 자금 조달도 계획된 가운데 유력한 후보인 말레이시아 타이탄 법인에 대한 유동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 주요 계열사(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호텔롯데·롯데쇼핑)들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각 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IR담당들이 참여한 이날 설명회에는 기관투자자 300여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RS 방식의 지분 유동화 사례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금리 상승 등 대외 환경으로 M&A 시장이 활성화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PRS라는 수단을 이용한 것"이라면서 "PRS는 일종의 브릿지 개념으로 회사의 조달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성 CFO는 "여러 자금조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성 CFO의(사진) 발언에 따르면 PRS는 '임시 방편'이다. 회사의 근본적인 펀더멘탈은 굳건하나 일시적 상황 탓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만큼 PRS 활용이 근본적인 조달 전략의 변화라기 보다는 일회성 카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3조622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별도 기준으로도 1조8281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결 부채비율은 75% 수준이다. 다만 최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와 석유화학 불황으로 인한 순손실 발생 등의 요인으로 연결 순차입금이 9월 말 기준 7조335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롯데케미칼이 PRS라는 카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적지 않다. PRS로 자금을 조달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이자비용은 감축된다. PRS 계약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손익계산서상 이자비용에서 제외된다. 차입금 상환 외에도 운영자금 마련 등 현금 유동성에 숨통을 틀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달 미국 EG 생산 법인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LOTTE Chemical Louisiana LLC, LCLA) 지분 40%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유동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LCL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미국 법인의 지분을 쥐는 방식이다. LCLA는 유상증자를 통해 6626억원의 현금을 쥔다.
롯데케미칼은 LCLA 유동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가적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인 LCI(PT Lotte Chemical Indonesia)의 지분을 활용해 내년 중으로 약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조3000억원이 넘는 현금 유입이 예상된 가운데 추가 자금 조달 계획도 업계의 관심사다. 국내·외를 포함해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중 덩치가 가장 큰 자회사는 롯데케미칼 타이탄(LC타이탄)이다. LC타이탄의 올해 9월 말 자산총계는 7조1275억원으로 내년 유동화 계획이 있는 LCI 역시 LC타이탄의 자회사로 포함돼 있다.
LC타이탄은 연간 납사크래커(NC) 제품 130만톤, BTX 28만9000톤, PE 101만5000톤, PP 64만톤 등 석유화학 제품 32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내 대규모 석유화학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후 롯데케미칼이 영업활동내 현금흐름 창출력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PRS와 비슷한 방식을 이용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롯데케미칼은 내년 이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내 투자 집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저수익자산 매각과 여수·대산 공장의 원가 절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5년 4월까지 러시아산 원유를 일시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에 납사크래커의 원가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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