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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1.5조 메리츠펀드에 사옥 담보잡혔다

메리츠금융그룹 9000억 출자…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정밀화학 신용보강

이정완 기자  2023-01-06 15:11:18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 받는다. 지난해 말 본사 사옥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갚은 롯데건설은 이번에 다시 본사 사옥을 담보로 내놓았다. 대출에 참여한 계열사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정밀화학는 신용보강에 나섰다.

6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날 특수목적법인(SPC) 샤를로트제1차와 샤를로트제2차로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 받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회사가 지급보증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유동화증권을 매입할 예정이다.

대출 구조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샤를로트제1·2차에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을 실시하고 롯데정밀화학과 호텔롯데, 롯데물산이 60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메리츠금융그룹에선 메리츠화재가 가장 많은 돈을 출자하며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 순으로 대출 규모가 크다. 롯데그룹에선 롯데정밀화학이 3000억원,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1500억원씩 빌려준다.

샤를로트제1·2차가 PF 유동화증권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롯데건설은 회사 소유 부동산과 시공 사업장의 수익권, 공사 매출채권 등을 담보 자산으로 내놨다. 담보로 삼은 회사 소유 부동산은 본사 사옥과 지방 사옥, 창고 부지 등으로 알려졌다. 샤를로트제1·2차는 이들 자산을 바탕으로 유동화에 나선다. 롯데정밀화학과 호텔롯데, 롯데물산은 이 과정에서 SPC의 신용도를 보강하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동화를 전문으로 하는 SPC를 설립하는 가장 큰 목적은 롯데건설을 신용위험으로부터 절연시키는 것"이라며 "롯데건설이 채무 보증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SPC가 사들임으로써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본사 사옥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PF 유동화증권 차환 리스크가 확대되자 계열사로부터 조달에 나섰다.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3개월 만기로 빌린 것을 시작으로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 등 계열사로부터 9000억원을 빌렸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로부터는 1782억원을 유상증자로 확보했다.
롯데건설 사옥 전경(제공=롯데건설)
금융권도 조달 창구로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빌렸는데 이 때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담보로 내놨다. 이밖에 국내외 은행으로부터 1조원 가량을 차입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미즈호은행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을 상환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번 조달 과정에서 다시 사옥을 담보로 내놓은 셈이다.

롯데건설은 SPC 유동화 자산으로 개발 과정에서 브릿지론 지급보증을 제공한 사업의 수익권도 내놓았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5조8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 중 미착공사업이 75%으로 아직 공사에 돌입하지 못한 현장이 많았다. 본PF 전 브릿지론에 대한 신용보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사업성이 양호한 프로젝트의 수익권을 내놓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원 덕에 롯데건설은 PF 유동화증권 차환 부담으로부터 숨통이 트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연초에 만기가 집중됐다. 1월 1조3476억원, 2월 1조434억원, 3월 4890억원으로 1월 만기 PF 우발채무가 가장 많았다.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만기구조(출처=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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