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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차환 '숨통'…숨 가빴던 한 달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돈맥경화', 시장 상황 조금씩 개선

박기수 기자  2022-12-16 15:53:16
롯데건설이 계열사 대여금을 상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리파이낸싱에 숨통이 텄다는 의미다. 자금줄이 꽉 막혀 급전이 필요했던 약 한 달 전 상황에 비해 조달 환경이 개선됐다. 자칫 유동성 위기가 그룹으로까지 전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던 롯데건설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약 한 달 반 전인 10월 말부터 롯데건설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10월부터 연말까지 PF 만기가 집중돼있었는데 때마침 터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됐던 터다. 계획했던 차환이 실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10월 28일 만기가 도래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PF 차환이 실패했다. 증권사들이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차환 실패로 상환 의무는 시공사로 돌아갔다. 그 중엔 롯데건설도 있었다.

둔촌주공을 포함해 올해 말 까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는 약 3조1000억원이었지만 롯데건설 곳간에는 현금 7000억원밖에 없었다. 결국 롯데건설은 유상증자 2000억원을 단행하고 계열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유상증자에는 롯데케미칼(876억원)과 호텔롯데(861억원), 롯데알미늄(199억원)이 참여했다. 이후 롯데케미칼(5000억원)과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우리홈쇼핑(1000억원)에서 '급전'을 빌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잠원동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3000억원을 빌렸다. 이후 금융권에서도 빌렸다.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SC제일은행에서 1500억원을 빌렸다. KB그린에너지제일차 유한회사에서도 1000억원을 빌렸다. 금융권과의 거래에는 롯데물산이 자금보충약정을 섰다.

이후 한 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시장도 레고랜드 사태 파장을 이겨내고 있었다. 정부가 적극적이었다. 정부는 시중은행에 통해 ABCP, CP등 단기자금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들 역시 최대한 유동성 공급에 신경썼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시장이 원하는 요소들을 정부가 모두 들어줄 정도로 위기 극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가 시행됐다"며 입을 한 데 모은다.

11월 말과 12월 초로 접어들면서 롯데건설의 PF 차환도 뚫리기 시작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남산동 공동주택 개발(빅피크제일차, 사우스마운틴제일차),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 주상복합 신축, 홈플러스 인천 작전점 외 2개점 운영(기은센상동제일차, 기은센상동제이차) 등 8개 부동산개발 사업장들이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섰던 이촌현대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도 차환에 성공헀다. 서울 서초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ABCP도 최근 차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년 리파이낸싱 환경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PF시장 역시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로 롯데건설에 보증을 서준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났다. 롯데물산에 이어 내년 1월 롯데건설이 회사채 2500억원을 발행하는 데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서줄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계열사 대여금을 조기상환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채무관계들이 잔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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