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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1년 임기 농협은행 CFO는 계열 요직 진출 경로

④수석부행장 1년 맡은 뒤 그룹 CFO·계열사 CEO로 이동

김형석 기자  2022-12-14 10:29: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의 순익 70% 이상을 책임진다. 경쟁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순익 비중이 50~60%인 것을 감안하면 농협금융 내 농협은행의 입지는 막강하다.

농협은행의 그룹 내 입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수석부행장의 활용법에서도 나타난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CFO를 1년만 맡기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CFO를 역임한 인물들은 대부분 그룹의 재무 총괄과 계열사 CEO 등 주요직으로 이동했다. 임기는 짧지만 핵심 자리로 이동하는 진출 경로인 셈이다.



최근 농협은행 CFO를 지낸 인물은 김호민·이강신·최창수·이창호·장승현 부행장 등 5인이다. 이들은 모두 1년 임기를 지낸 뒤 주요 계열사 주요 임원으로 이동했다.

2016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직을 수행한 김호민 전 이사는 2018년부터 NH선물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NH선물은 2015년 우리선물과 NH농협선물이 통합해 출범한 회사다. NH투자증권의 100% 자회사인 NH선물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1조989억원이다. 지난해까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농협금융의 우량 손자회사다.

김 전 이사에 이어 농협은행 CFO를 맡은 이강신 전 부사장과 최창수 전 사장의 경력은 더욱 화려하다.

이강신 전 부사장은 2017년 수석부행장을 역임한 뒤 농협금융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으로 발탁돼 그룹 전반의 CFO를 맡았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NH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총괄 수석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농협을 떠난 그는 K뱅크로 상임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최창수 전 사장은 이 전 부사장 후임으로 농협금융 CFO를 맡은 뒤 2020년부터 2년간 NH농협손해보험 수장을 지냈다.

이창호 전 대표는 농협은행 CFO를 지낸 직후 계열사 대표로 선임된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최 전 사장에 이어 2019년 수석부행장을 지냈다. 그는 이듬해 곧바로 NH선물의 대표이사로 선임돼 2021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장승현 CFO는 농협은행 수장직도 경험했다. 2020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에 선임된 이대훈 은행장이 같은해 3월 사퇴하면서 직무대행을 맡았다. 농협은 새 농협중앙회장 선출 시 주요 계열사의 사표를 제출하는 관행이 있다. 이에 농협의 신경분리 이후 첫 3연임에 성공했던 이 전 행장도 사표를 제출했었다.

급작스런 직무대행 업무를 맡은 장 전 CFO는 이후 약 9개월간 안정적으로 조직운영을 맡은 뒤 연말 손병환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는 역대 5명의 수석부행장과 달리 2년간 농협은행 CFO를 맡았다.

과거 농협은행 CFO들이 대부분 1년 만에 교체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는 임동순 CFO 역시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다음 행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룹 CFO를 맡고 있는 배부열 농협금융 부사장의 이동과 농협은행·농협생명·NH벤처투자 등 주요 계열사 CEO 인선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봤을때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는 것은 그룹 내에서도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라며 "현재 CFO를 맡은 임 수석부행장도 금융그룹 내 핵심 요직으로 배치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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