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농협금융 CFO는 농협중앙회 비서실과 기획실 라인 인물들이 차지해왔다. 최근에는 농협은행에서 영업과 재무 경력이 풍부한 인사가 연달아 선임되고 있다.
과거 농협금융 수장은 관 출신 인사가 주로 자리했다. 반대로 내부 안살림을 맡는 CFO 자리엔 조직 관리 경험과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을 배치했다.
성공적인 신경분리와 농협금융의 독립성 요구가 커지면서 CFO 라인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영업과 재무 등 CFO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농협은행 출신이 대세로 굳혀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이후 오병관·이강신·최창수·김인태·배부열 등 5인의 CFO가 자리를 했다.
오병관·이강신·최창수 등 초기 CFO들은 중앙회 기획실과 비서실 업무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병관 전 농협손해보험 대표의 경우 2016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을 역임할 당시 농협금융 CFO에 선임됐다.
뒤이어 발탁된 이강신 K뱅크 상임감사위원은 2009년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후 핵심요직을 잇달아 맡았다. 2010년 중앙회 자금부 단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그는 농협금융으로 자리를 옮겨 시너지추진부장(2013년)과 경영지원부장(2014년)을 역임했다. 다음해 농협은행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7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2018년 농협금융 CFO로 고속 승진했다.
최창수 전 농협손보 대표는 지난 2016년 중앙회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후 2018년 농협은행 경영기획부문 수석부행장과 2019년 농협금융 CFO, 2020년 농협손보 대표를 맡았다.
초기 농협금융지주는 관료 출신 회장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초대 신충식 회장에 이어 신동규 전 수출입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이었다. 초대 회장과 현재 손병환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관료 출신 회장들은 외부와 소통이 능하고 CFO는 내부 살림을 챙기는 역할 분담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선택된 인사들이 중앙회의 기획실과 비서실 출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CFO 출신에 변화가 시작됐다. 김광수 회장 시절엔 은행 출신 김인태 CFO를 선임했고 손병환 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부열 부사장도 은행 출신이다. 농협은행 재무통이 금융지주 CFO로 자리매김하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와 배부열 농협금융 부사장의 핵심 경력은 농협은행에서의 영업과 재무분야였다. 김 대표의 경우 2014년 농협은행 의정부시지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중앙회 발령이 없었다. 대신 농협은행에서 종합기획부장과 마케팅부문 부행장을 역임하며 영업에 특화된 경력을 갖췄다. 이후 2020년 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되면서 농협금융 회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현재 그룹 CFO를 맡은 배 부사장 역시 대부분의 업무를 농협은행에서 보냈다. 그는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중앙회에서 독립한 농협은행의 재무관리부에 배치됐다. 이후 재무관리부 팀장과 대구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그룹의 CFO를 맡아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과거부터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한 조직으로 그룹 2인자 자리에 중앙회 핵심 요직인 비서실과 기획실을 거친 인사들을 보내 관리를 강화해왔다"며 "이는 신경분리 초기 농협금융에 농협중앙회 정체성을 이식하고 중앙회장 등 중앙회 핵심 라인과의 소통 능력이 CFO의 자질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내부 출신인 손병환 회장이 금융지주를 맡는 등 금융분야에서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농협은행에서 영업과 재무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 CFO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