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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농협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계열 보험사 CEO로 자리하는 등용문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시장에서 검증받은 CEO가 장기 집권을 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는 은행과 시너지 및 상호 협업이 필요한 곳이다. 보험계열사 CEO 자리엔 농협금융에서 CFO를 맡았던 인물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농협금융 측도 CFO 자리가 CEO로 가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계열사 경영 상황을 파악하는 재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계열사 사장은 물론 금융지주 회장으로 거론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농협금융 CFO의 위상…현장 경험에 재무 기획 능력
농협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룹 내 계열사의 전반적인 업무 평가가 필요한 자리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 CFO는 그룹의 재무와 기획 관련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줄곧 선임됐다. 이와 더불어 현장 영업 능력과 비서실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 농협금융 CFO를 거쳐갔다. 이 같은 능력은 추후 CFO 출신들이 대거 계열사 CEO에 발탁된 요인으로도 꼽힌다.
대표적인 인물은 오병관 전 농협손보 대표다. 그는 2016년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선임되며 농협금융의 CFO에 선임됐다. 이듬해 그는 농협손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 2019년까지 농협손보를 이끌었다. 현재는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오 전 대표는1986년 농협에 입사한 후 기획부서와 일선 영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대전 월평동지점장과 대전신용사업부 부본부장을 맡는 등 영업 관련 업무를 역임했다. 이후 2008년 본사 금융기획부로 이동하며 재무와 기획 업무는 경험을 시작했다. 이후 신경분리로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의 초대 기획조정부장을 맡았고, 2013년에는 농협중앙회의 핵심 부서인 기획실에 실장을 역임했다.
최창수 전 사장과 김인태 사장도 그룹 CFO를 맡은 뒤 각각 농협손보와 농협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부사장은 이강신 부사장에 이어 2016년 농협중앙회 비서실장을 역임한 뒤 2018년 농협은행 경영기획부문 수석부행장을 역임하며 농협은행 CFO를 1년간 맡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오병관 전 대표가 맡아오던 농협손보를 이어받았다.
김인태 사장은 본사 인사부장과 종합기획부장을 역임한 뒤 2018년 농협은행 마케팅부문 부행장을 맡았다. 이후 2020년 농협금융 CFO를 맡았다. 같은해 4월 김광수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같은해 12월까지 농협금융 회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특수성…이강신 CFO 첫 농협출신 수석부사장
오 전 대표 후임인 이강신 전 부사장은 계열사 CEO로 선임되지 않았지만, 그룹의 핵심 자리인 NH투자증권 경영지원총괄 수석부사장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배구조상 농협금융지주가 독단적으로 CEO를 선임할 수 없는 구조다.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 역시 4명 중 2명만 농협 출신 인사로 구성됐다. 임원후보 추천을 위해선 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 사실상 농협금융이 독단적으로 NH투자증권 대표 등 임원을 선출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2014년 NH투자증권 출범 이후에도 CEO에는 외부 출신인 김원규, 정영채 사장이 선임됐다. 둘 모두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금융투자에서 대표와 임원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부사장급 인사를 NH투자금융에 배치해왔다. 2019년 NH투자증권 부사장에 선임된 이 전 부사장은 NH투자증권 내부에서도 농협금융 인사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 CFO는 11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경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재무·경영 능력이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성공적으로 농협금융 CFO 업무를 수행한 인사는 계열사 사장을 비롯해 내부출신 금융지주 회장으로도 거론될만한 인재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