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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농협금융, 배부열 CFO 재무·영업력 두루 갖춰

농협중앙회 설득 신경분리 이후 첫 1.1조 지원 이끌어내

김형석 기자  2022-11-18 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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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농협금융은 유일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룹의 2인자이자 금융사 전체의 자금 조달을 책임져야 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같은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여기에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등 11개(2개 손자회사 포함)에 달하는 자회사의 경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재무·경영 지식도 갖춰야 한다.

농협금융 CFO를 맡은 배부열 부사장(사진)은 농협중앙회와의 소통과 재무 능력에서 독보인다. 농협중앙회를 설득해 신경분리 이후 처음으로 중앙회 지원을 받았다. 농협 내에서 재무와 기획 업무도 다수 경험했다.

◇중앙회 신뢰로 그룹 부사장 고속 승진

그는 지난 2020년 12월 농협금융 부사장 발탁 당시에도 금융권 안팎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인 금융지주 계열 임원 승진 코스는 지점장(팀·부장)→본부장(부행장보)→부행장→지주 부사장 순이다.

부사장 선임 당시 그는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부사장으로 월반한 셈이다.

이는 그의 재무적 능력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재무기획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그를 장기간 눈여겨봤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신뢰는 올해 초 1조1000억원을 수혈받는데 주효했다. 그는 농협생명의 RBC비율 급락과 농협금융 전반의 지속 성장을 위해 농협중앙회의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범농협차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 자금을 수혈 받는 데 성공했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은 것은 2012년 신경분리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현장 영업 경험 갖춘 재무회계 전문가

1964년생인 그는 1993년 미국 팬스테이트 스크랜턴(Penn State Scranton)대에서 재무회계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비교적 늦은 나이인 1995년 32세에 농협에 입사했다. 재무회계 전문가인 그는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재무부서에서 보냈다. 금리, 결산, 재무기획, 영업점평가 등 재무관리부가 담당하는 업무를 모두 섭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일한 분야는 재무기획이었다.

그는 은행 재무관리부 근무 시절 월별,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 결산 자료를 집중 분석했다. 이어 산출된 계수를 시계열 분석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은행과 지주의 현재,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을 했다.

농협금융 단계별 발전전략에 나오듯 전사적 사업가치 극대화 전략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 회복에 집중했다. 동시에 생산성·수익성 및 사업역량 확보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그가 재무분야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2016년 농협은행 성당지점장과 2019년 대구영업본부장을 지내며 현장 영업도 경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CFO는 사실상 그룹의 2인자로 재무역량과 더불어 현장에 대한 이해력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며 "재무회계 전문가인 배 부사장의 경우 현장 영업과 기획 경험이 자회사 재무관리와 지원에 역량을 발휘하는데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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