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이 재무라인 임원을 늘리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삼양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은 이달부터 삼양사 CFO로 김현미 재경PU장을 신규 선임했다. 그룹에서 처음 나온 40대 여성임원이다. 김 PU장은 1974년생으로 1997년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삼양사에 입사했다. 이후 삼양홀딩스 재무기획 팀장과 재경2팀장, 삼양패키징 재무팀장을 역임했다.
이번에 재경PU장이 선임되면서 삼양그룹 내 재경라인 임원은 두 명으로 늘었다. 기존엔 김지섭 삼양홀딩스 재경실장만 임원으로 근무했다.
25년 넘는 세월 동안 재무라인에서 근무한 김 PU장으로선 삼양그룹의 재무적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김 PU장이 삼양홀딩스와 삼양패키징에서도 몸담은 만큼 김 실장과 함께 그룹 내 수익성 분석과 비용 관리, 전사 실적과 사업계획 검증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961년생인 김 실장은 김 PU장과 10년 넘게 차이 나지만 비슷한 커리어를 밟아온 공통점이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 졸업 후 곧바로 삼양사에 공채로 들어온 점, 입사 20년만에 삼양사 재경실 회계팀장을 맡은 데 이어 삼양홀딩스 재경실 회계팀장과 재경실 재경실장 등을 역임한 점 등이다.
현재 삼양그룹 내 16개의 계열사 중 재무라인 임원은 삼양홀딩스와 삼양사밖에 없다. 나머지 14개 계열사의 재무현황은 삼양패키징, 삼남석유화학, 케이씨아이, 엔씨켐 등에 있는 재무팀장을 통해 보고받고 임원들이 재무전략을 세우는 데 참고하게 된다.
특히 김 PU장이 다른 계열사가 아닌 삼양사의 재경PU장을 맡게 된 배경엔 기초식품 소재의 수익성 악화가 있다. 지주사 삼양홀딩스는 2011년 인적분할을 통해 삼양사를 식품 및 화학 전문기업으로 설립했다.
식품부문 주요 제품은 설탕, 밀가루, 전분당, 유지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화학부문의 경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PET 용기, 이온교환수지 등이 있다. 향후 김 PU장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에 대응하며 삼양사의 수익성 방어를 위한 자구책 등을 이끌어내는 과제를 안게 된다.
현재 삼양사는 비상경영 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상황실에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김 PU장도 관련 내용을 일부 보고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원재료 가격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원료가와 판매가의 차이를 적정하게 설정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사는 최근 알룰로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등 스페셜티 제품군 위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신규 선임된 재경PU장도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과 마진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