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업체들에 대한 지분투자가 SK지오센트릭의 핵심 출자 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지분투자 규모는 2021년 776억원에 이어 지난해 1175억원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울산ARC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건설을 위한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여기에는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주창한 그린전략(Green Strategy)이 바탕이 됐다.
◇지분투자 중심축 이동…나경수 사장 '그린전략' 뒷받침
최근 SK지오센트릭의 핵심 자금소요 이벤트로 막대한 자본적지출(CAPEX)이 꼽힌다. 2018년부터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오염물질 저감시설, 폐수처리시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등 울산석유화학단지 생산공장(울산콤플렉스) 환경시설 개선에 자금소요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2025년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완공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별도 기준 자본적지출은 2020년 3523억원, 2021년 1566억원, 지난해 2989억원으로 이 기간 잉여현금흐름(FCF) 적자의 핵심 요인이 됐다. 올해 1분기에도 480억원이 소요됐으며 다만 현금창출력 소폭 회복으로 잉여현금흐름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본적지출과 함께 또다른 핵심 자금소요 이벤트로 꼽히는 것이 지분투자다.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지분투자는 해외법인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가 중심이 됐다. 2019년 중국 시노펙-SK페트로케미칼(우한NCC·Sinopec-SK Wuhan Petrochemical) 유상증자에 1875억원, 2020년 프랑스 SKFP(SK Functional Polymer) 유상증자에 1618억원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SK지오센트릭의 지분투자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 여기에 원동력이 된 것이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주창한 그린전략이다. 나 사장의 그린전략의 핵심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를 건설해 2027년에 이르러 250만톤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1년 9월 사명을 기존 SK종합화학에서 현재의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꾼 것도 그린전략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2021년부터 바뀐 지분투자의 핵심은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울산ARC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이 지분투자한 국내외 업체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중합 △열분해 △재생 폴리프로필렌(PP) 추출 등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포함된다.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기업 투자집중…울산ARC 재활용공장 건립 협력
2021년 두드러진 지분투자 대상은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이하 루프)다. SK지오센트릭은 7월 루프 유상증자에 337억원을 투입해 지분 9.95%를 확보했다. 여기에 317억원을 들여 신주인수권도 취득했다. 추후 지분율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루프는 플라스틱 해중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중합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고품질 재생수지로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일종이다. SK지오센트릭과 루프가 51 대 49 출자비율로 설립할 합작법인은 울산ARC 내 해중합 재활용 공장을 건설한다. SK지오센트릭과 루프는 프랑스 환경기업 수에즈(Suez)와 프랑스에 2027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8월 68억원을 투입해 국내 폐플라스틱 열분해 업체 에코크리에이션 지분 24.78%를 확보하기도 했다. 열분해 기술도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고품질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일종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을 적용한 인천 뉴에코원 생산공장에서 올해 11월 열분해유 상업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앞서 6월에는 국내 자원회수 로봇 네프론 개발업체 수퍼빈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55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4.51%에 해당한다. 네프론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페트병이나 캔 등 재활용 쓰레기를 자동으로 선별할 수 있는 로봇이다.
지난해 주목받은 지분투자 대상은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이하 퓨어사이클)다. SK지오센트릭은 3월 퓨어사이클 유상증자에 681억원을 투입해 지분 4.81%를 확보했다. 퓨어사이클은 폐플라스틱에서 재생PP를 추출해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퓨어사이클과 협력해 울산ARC에 재생PP 공장을 내년 완공할 예정이다.
앞서 2월에는 국내 페트용기 제조업체 삼양패키징 유상증자에 381억원을 투입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삼양패키징은 페트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지난해 12월 페트 재활용 사업을 전담할 완전자회사 삼양에코테크를 물적분할로 출범시켰다. 삼양에코테크는 리사이클 페트칩을 생산해 SK지오센트릭에 공급한다. SK지오센트릭은 삼양에코테크 지분을 최대 49%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해뒀다. 4월에는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원폴 지분 100%를 11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7월 미국에 투자사 그린앤커넥트캐피탈(Green & Connect Capital)을 자체 설립했다. 완전자회사 형태로 2021년 46억원과 지난해 12억원을 잇따라 투입했다. 미국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투자처를 물색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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