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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동성 점검

‘케미칼’에 너무 의존했다, 그룹 조달환경 한파

①5개사 도미노 채권 신용 악화 원인…내년 시장 분위기가 곳간 좌우

양도웅 기자  2022-11-30 14:35:59

편집자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신소재와 바이오 신사업 진출, 대규모 설비투자, 그리고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어느 때보다 롯데그룹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잇딴 채권시장 이슈에 더해 대규모 지출이 예상된 롯데그룹에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앞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부에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지금, 롯데그룹의 유동성 상태를 THE CFO가 점검해본다.
지난 한달여 간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롯데그룹 부동산발 유동성 리스크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양상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시장 안팎의 판단이다. 이번 사태 근본 원인인 금리상승 국면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들이 추가 지원할 재무 체력이 되는지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업계에선 이번 이슈로 롯데그룹 채권 신용도가 도미노처럼 연결된 사실이 시장에 부각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주력사 롯데케미칼에 대한 위험신호가 줄지어 다른 계열사로 전이돼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큰 불은 잡았지만 유동성과 관련한 또 다른 구조적 리스크가 불거졌다. 내년 부동산 시장과 함께 주시해야 할 포인트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신용도 좌우…위험신호 지주사 등 6개사로 연쇄 파급

롯데건설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원책 발표가 마무리된 직후인 11월 중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롯데그룹 무보증회사채들에 대한 수시 평정 보고서를 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무려 7개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아웃룩)을 일제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건설을 지원한 롯데케미칼(AA+)과 롯데지주(AA0), 롯데물산(AA-) 뿐 아니라 지원하지 않은 계열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롯데쇼핑(연대보증채 AA0)과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롯데오토리스(A0) 등이다.




<사진:한국기업평가>

이다. 부정적 아웃룩은 신용등급을 한 노치 이상 내려야 할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신평사들이 시장과 발행사에 노티스를 주기 위해 단행한다. 통상 3개월에서 최대 1년 가량 상황을 지켜본 후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등급 하락 액션을 취한다.

핵심 원인은 롯데케미칼에 있었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신평사들이 그룹통합신용도를 별도로 매긴다. 그룹을 하나의 경제적 단일체로 보기 때문이다. 유사시 서로를 도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원여력을 측정해 일부 계열사 신용도에 보강 반영한다. 그룹통합신용도는 지원할 능력이 되는 주력사들의 신용도를 종합해 산출한다. 반대로 지원대상이 되는 계열사들은 자체 신용도에서 최소 한 1노치에서 최대 3노치가 높아지는 혜택을 받는다.

한기평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5개사의 자체신용도를 가중평균해 그룹통합신용도를 산출한다. 그리고 지원대상은 롯데물산(AA-)과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롯데오토리스(A0), 롯데건설(A+) 등이다. 이들은 자체신용도보다 모두 1노치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부정적 아웃룩을 받은 계열사 7개사 중 4개사는 지원대상이었다. 그룹통합신용도가 약화돼 지원여력이 떨어진 것이 이유인데 그 원인이 롯데케미칼에 있었다. 그룹통합신용도에서 롯데케미칼이 차지하는 역할이 워낙 컸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조7256억원이었는데 롯데케미칼이 번 돈이 1조5356억원으로 56.3%를 담당했다. 롯데쇼핑은 7.6%(2076억원), 롯데칠성음료 6.7%(1822억원), 롯데제과는 4%(1085억원)에 그치고 호텔롯데는 1586억원 적자였다.





그런데 롯데케미칼 재무부담이 단기에 급격히 높아졌다. 올해 화학업 업황악화로 3분기말까지 3626억원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대규모 지출을 하게 됐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와 39억달러 규모 NCC 건설 프로젝트, 롯데건설 5870억원 지원 등을 진행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에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는데 그룹통합신용도가 떨어진 것이 분명하니 지원대상들도 연쇄적으로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롯데지주도 비슷한 차원에서 부정적 아웃룩을 받았다. 롯데지주는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지주사다. 이에 주력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자체신용도 가중평균을 중심으로 신용도를 산출하는데 핵심인 롯데케미칼이 어려워지자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롯데지주 신용도 악화는 롯데쇼핑으로도 이어졌다. 롯데쇼핑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롯데지주가 연대보증 하고 있는 채권(2100억원 규모)이 있는 탓이다. 연대보증채는 롯데쇼핑의 신용도와 롯데지주 신용도가 가운데 높은 등급을 따라가는데 롯데지주(AA0)가 롯데쇼핑(무보증 회사채 AA-)보다 높은 상황이라 롯데쇼핑도 부정적 아웃룩을 받았다.




<사진:한국기업평가>

◇부정적 아웃룩 ‘주홍글씨'…얼어붙은 시장서 시험대

이에 시장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전반적으로 내년 회사채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정적 아웃룩’이 붙은 회사채는 투자자들이 기피한다. 매입을 했다가 실제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해당 채권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자산운용사는 투자검토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기도 한다.

평시였으면 롯데그룹 체력에 대한 신뢰가 워낙 견고해 '부정적 아웃룩'이 붙더라도 좋은 금리 조건이 제시되면 시장 소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 회사채 시장은 지난 9월 레고랜드발 단기금융 시장 경색 여파로 크게 위축돼 있고 내년까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우량한 AA급 회사채도 미달이 나는 경우가 있어 도전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월 AA급 발행규모는 36조4200억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3조2030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A급 이하는 더 어렵다. A급은 지난해 같은 기간 9조826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290억원이 됐다.





'부정적 아웃룩' 기피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는 시기다. 한 증권사IB는 “연말 AA+급인 SK㈜가 발행에 성공해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딜이 많지 않다”며 “부정적 아웃룩이 붙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내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추가 지원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정적 아웃룩이 없는 계열사 채권에 대한 투심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하락이 조기에 진행될 경우 가격불확실성이 제거돼 투심 측면에선 오히려 나을 수 있다. 다만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계열지원 효과로 AA급이었던 신용등급이 A급으로 낮아지는 계열사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치가 떨어질 경우 롯데물산과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은 AA-에서 A+가 된다. 롯데오토리스는 A0에서 A-로가 된다. A급은 '부정적 아웃룩' 상황 못지않게 수요를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 조달환경을 결정짓는 주력사 롯데케미칼은 내년 신용도 방향성이 밝지는 않다. 사업적으로 업황악화 지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산업차원에서 석유화학 업황을 내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가 완전경쟁에 노출돼 있는 범용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업황 영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은 이 같은 난관을 전제로 삼고 내년 지속될 수 있는 부동산과 자본시장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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