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의 원가율이 본격 오르기 시작했다. 3분기에만 3%포인트 넘게 오르며 90% 후반대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건설업계 전반을 덮친 원자재 값 급등 사태에도 올해 상반기 말까지 90% 안팎 선을 지켰지만 하반기 들어 끝내 추가 상승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옮겨 온 제은철 전무에게 포스코건설 CFO로서의 첫 해는 혹독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안정적으로 유지해오던 80%대 원가율이 제 전무 재임기간 깨졌다. 4분기 이후 주요 원자재값 하락 국면을 타고 다시 원가율을 안정세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의 3분기 매출원가율은 94.1%다. 지난 2분기 대비 3%포인트 이상이 한꺼번에 올랐다. 높아진 원가율 탓에 영업이익률은 1%대로 떨어졌다.
94%대의 원가율은 최근 2년래 최고치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자재값 등 원가 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80%대 원가율을 안정적으로 지켜냈다. 원가율 방어는 올해 상반기말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1분기까지 89%대에서 막아냈고 2분기에 90%선을 넘겼지만 91% 수준으로 상승폭을 최소화시켰다. 타 건설사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탄탄하게 방어해온 곳이라 이번 분기 타격이 더욱 뼈아픈 측면이 있다.
원가율 상승의 주된 원인은 단연 원자재값 상승이다. 건설업 전반을 덮친 글로벌 공급망 불균형으로 인한 원자재 값 폭등 사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3분기에는 철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소폭이지만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원가율이 큰 폭으로 오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분기 1㎏당 1097원이었던 철근 가격은 3분기 895원으로 떨어졌다. 강관파일과 케이블 가격도 2분기 1m당 각각 24만9765원, 1311원에서 24만3220원, 1017원으로 내렸다.
올해 새로 부임한 제은철 경영기획본부장(전무, CFO)로서도 뼈아픈 실적이 될 전망이다. 제 전무의 취임 후 첫 반기 성과는 준수했다.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 경영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퍼포먼스를 달성했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가율을 비롯해 수익성 등 재무 지표 전반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금성 자산 규모는 연초 대비 감소 추세고 상반기 한때 100%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부채비율은 3분기에 다시 110%를 넘어섰다. 부동산 PF 우발채무 리스크 역시 포스코건설의 경우 한발짝 물러서 있긴 하지만 계속 면밀하게 관리해야할 이슈다.
3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온 주요 원자재 가격이 4분기 이후에도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원자재값 하락 국면을 타고 다시 원가율 및 수익성을 안정세로 돌릴 수 있을지가 제 전무를 둘러싼 업계 시선이다.
건설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외형이 최호황기 시절 규모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위안거리다. 포스코건설의 연결 기준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2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2분기에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다. 3분기에도 2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내며 5분기 연속 분기매출 2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4분기에도 현재 수준의 매출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 달성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올해 새로 쓸 수 있다.
제 전무는 1989년 포스코에 입사해 30년 넘게 재직한 '포스코맨'이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주로 해외 법인에서 근무했다. 최근 3년간은 포스코 아시아 법인장을 맡았다. 지난 2014년에 포스코에서 부장급인 재무실 자금그룹장을 역임했다. 공식 CFO직책이 없는 포스코건설에선 경영기획본부장이 사실상의 CFO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까진 윤덕일 경영기획본부장이 이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