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중 최고 수준 수익성을 자랑하는 DL이앤씨도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는 높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원가율 방어에 성공했지만 올해도 철근·레미콘 같은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르며 3년 만에 80%가 넘는 원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DL이앤씨로선 원가율 상승 폭이 두드러졌던 주택 사업 원가율 하락이 원가관리 최우선 과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원가율 84.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1.5%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했다. 높아진 원가율은 수익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DL이앤씨는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매출 3조8454억원, 영업이익 3767억원을 벌어 영업이익률 9.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률은 12.3%였다.
건설업계 전반을 덮친 원자재가 상승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회복세로 인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었으나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글로벌 공급망 타격이 이어졌다.
DL이앤씨가 매입하는 주요 원재료 가격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들어 상승세가 드러난다. 회사의 원자재 매입액 중 20% 가량 차지하는 철근 가격은 2020년까지 톤당 66만7000원이었지만 지난해 95만원으로 1년 사이 가격이 86% 뛰었다. 또 다른 주요 원자재인 레미콘 가격도 지난해 세제곱미터(㎥)당 6만8000원으로 2020년 6만4800원에 비해 가격이 올랐다.
그럼에도 지난해 최저 수준 원가율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원가율은 78.8%로 2020년 78.6%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형 건설사는 통상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연초에 연간 자재 구매 계약을 맺어 원가율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도 원자재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 자재를 사들일 수 없었다. 3분기 말 철근 가격은 톤당 101만4333원, 레미콘 가격은 ㎥당 7만2944원, 시멘트 가격은 9만2000원으로 모두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회사 주력 사업인 주택이 입은 영향이 컸다. 3분기 주택 원가율은 84.7%로 지난해 3분기 79.8%에 비해 4.9%포인트 높아졌다. 주택 원가율은 2019년 80.8%를 기록한 후 2020년부터 80%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78.6%, 2021년 78.8%를 보였다. 올해 3년 만에 80%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DL이앤씨는 지난 3분기 말 발표한 IR(Investors Relations) 자료에서 올해 영업이익 감소 배경으로 지속된 주택 사업 원가율 상승세를 꼽기도 했다. 주택 사업은 3분기까지 2조7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했다. 실적 비중이 높은 주택 원가율이 낮아져야 전사 차원의 원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오히려 토목과 플랜트 사업은 원가 개선 작업 덕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두 사업은 과거 해외 사업에서 일시적 비용 발생으로 인해 100%에 육박하던 원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 토목 원가율은 86.1%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8%에 비해 2.7%포인트 감소했다. 플랜트 사업 원가율도 3분기 83.1%로 전년 동기 81.7%보다 1.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