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의 건설부문 원가율이 8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원자재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꾸준히 80%대 원가율을 고수 중이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원가율 90%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는 게 눈길을 끈다. 원자재값 상승 영향으로 90% 후반까지 원가율이 오르내리고 있는 타 중견사들과 크게 대비되는 흐름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최근 공시한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원가율은 87.7%다. 올해 초 87.8%에서 2분기 88.9%까지 올랐던 원가율이 3분기 1%포인트 가량이 다시 떨어졌다. 이 기간 유통부문 원가율이 실적 부진 탓에 92.2%까지 올랐지만 건설부문 원가율을 82.8%까지 낮추면서 전사 원가율을 이번 분기에도 80%대로 유지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보다는 원가관리 노하우 덕에 비롯된 흐름으로 보인다. 원자재 중 매입 비중이 가장 큰 철근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 폭이 크진 않았다. 철근가격은 올 2분기 1톤당 107만7472원에서 3분기 105만2857원으로 하락율이 2% 수준에 그쳤다. 반면 레미콘과 아스콘 등 매입 비중이 큰 다른 원자재들은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3분기 전체 원재료 매입비는 2699억원으로 2분기 1726억원 대비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사실상 원자재값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외부 환경보다 내부적인 원가관리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분기 원가율 하락폭이 유독 컸던 배경엔 다수 현장에서의 도급액 증액 영향이 담겨 있었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불가피했던 공사비 증액에 대해 각 조합 등 발주처와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 덕분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다섯여곳의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다. 그 중 △대전선화동87-5번지(1884억->1934억) △대전선화동 106번지(2447억->2498억) △대구신암1구역재개발(3133억->3973억) 단지 등이 증액 규모가 컸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수주 단계에서부터 심의를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등 프로젝트 원가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며 “이번 분기엔 도급액 조정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원가율 개선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은 올 3분기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원가율을 낮게 관리 중인 건설사로 꼽힌다. 건설부문 원가율만 보면 2020년대 들어 분기 원가율이 90%를 넘긴 적이 없다. 건설업계 전반을 덮친 원자재값 폭등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상반기에도 최고 88%선에서 원가율을 방어했다. 그동안 유통부문 원가율은 수차례 90%를 넘겼지만 전사 통합 원가율은 꾸준히 80%대에서 유지해왔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장기간 낮은 원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업 구조 영향도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통상 원가율이 높게 잡히는 토목·인프라보다 주택 부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수년간 전체 건설부문 매출이 전체 대비 80% 수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2분기 들어 토목과 환경·플랜트 부문 매출이 늘어나면서 비중이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70% 이상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4분기 이후에도 원가율을 추가로 낮출 수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건설 원자재값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업 현황을 보면 한창 공정이 진행 중인 대단지 현장이 많다. 특히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김해 율하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 △안양 덕현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등 3000억~4000억원대 현장의 공사 진행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