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이슈어(Issuer)로 분류되던 포스코그룹이 상반기에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초부터 SK, LG, 롯데, 한화 등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이 공모채 조달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IB업계에 따르면 당초 5월초부터 (주)포스코를 시작으로 발행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지주사와 사업회사간 발행 순번에 대한 의견차로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사 조달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대로 발행을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달 순번 '내부 의견차' 영향?, 3분기 등판할까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당초 5월 초께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내부 논의 끝에 조달 계획을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전체적으로 회사채, 유상증자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공시한 내용 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여러 시나리오 중 검토했을 순 있으나 현재로선 국내외 기준금리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굳이 비싼 이자를 주며 자금을 조달할 니즈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IB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룹 내부적으로 계열사들의 조달 순번에 대한 의견차가 컸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지주사를 주축으로 다양한 사업회사들의 발행 순번을 정한 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예 발행을 안하는 건 아니고 내부 의견조율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모채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취임하면서 나타난 기류로도 해석된다. 철강업황이 악화되고 신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 사업 우선순위에 대한 방향성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포스코는 자회사 지원과 신사업 투자 등을 하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완전 자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분할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은 작년에만 해도 2조4800억원를 조달하며 그룹별 순위 8위에 올랐던 이슈어 그룹이다. 1~3월에만 1조3250억원 가량 회사채를 조달하며 발행그룹 순위 4위를 거머쥐었다.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삼척블루파워,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순차적으로 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올해 만큼은 관전모드로 일관해왔다. 대기업집단 중에선 거의 유일한 행보였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채권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면서 그룹사마다 활발한 발행 기조를 보인 것과도 반대된다.
올들어선 계열사 중 유일하게 포스코이앤씨만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그룹 전체적으로 1550억원 어치 회사채 발행(3월 8일)만 집계됐다. 작년 공모채 시장을 3번이나 두드렸던 포스코퓨처엠도 올해는 뜸했다.
◇지주사 승인만 기다리는 계열사들, 투자계획 '14조' 미결
IB업계에선 2분기 내내 포스코그룹의 행보를 주시해왔다. 지난 6년간 포스코그룹을 이끌어온 최정우 전 회장 후임으로 장인화 회장이 취임하면서 리더십 공백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태다. 그간 밀려있던 다수의 계열사들의 투자와 조달 등 중요 의사결정에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었다.
계열사별로 자금조달 수요가 적지 않기도 하다. 그룹 전체 투자 프로젝트 총 14조원 중에서 현재 미집행된 내역이 절반 남짓이다.
예컨대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의 경우 제철소의 원료 야드의 전면 밀폐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까지 9021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향후 2조원이 넘는 투자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양극재 생산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올해만 해도 1조원이 넘는 설비투자 계획을 구축해둔 상태다. 10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와 계획된 설비투자용 자금을 차질없이 마련하려면 회사채 조달은 물론이고 유상증자도 시급하다.
무역 부문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투자계획을 대폭 늘려 놓은 상태다. 작년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뒤로 향후 투자재원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올해 목표 투액은 1조원이 넘으며 내년에도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에너지사업에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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