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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롯데

이봉철·추광식, 지주 전환 방정식 풀어낸 주역

①지배구조 설계부터 금산분리·지배력 확충 임무 완수

김형락 기자  2022-11-14 10:17:59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최근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습니다. 그룹 내에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시키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8월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이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선포했다.

지배구조를 가다듬는 칼자루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줬다. 이봉철 롯데면세점 고문은 '지배구조 개선 TF' 팀장으로 지주 전환 설계도를 그리고, 초대 롯데지주 CFO(2017~2019년)까지 맡아 지주사 기틀을 잡았다.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는 2대 롯데지주 CFO(2020~2021년)로 후속 작업을 챙겼다. 지금의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한 이들이다.


(왼쪽부터) 이봉철 롯데면세점 고문,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 지주 전환 해결사로 정책본부 CFO 발탁

2015년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400여 개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일본 롯데홀딩스와 얼히고설킨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기업론', '국부 유출론' 의혹 등에도 시달렸다. 당시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난제를 풀어낼 해결사로 CFO를 택했다. 2015년 8월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있던 이봉철 부사장을 '지배구조 개선 TF' 팀장으로 임명했다. 정책본부는 롯데그룹 컨트롤타워로 지원실에서는 재무와 법무를 담당했다.

이 고문은 신 회장이 약속한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갔다. TF 중점 추진 과제는 △호텔롯데 IPO(기업공개)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였다. 이 중 호텔롯데 상장을 빼고 모두 처리해냈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고차 방정식은 분할합병으로 풀어냈다. 그룹 뿌리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지주사 얼개를 짰다. 2017년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했다. 그해 10월 롯데제과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 투자 부문을 흡수해 순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탄생했다.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도 13개까지 줄였다.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은 건 2018년 4월이다. 이 고문은 롯데지주 CFO를 맡아 남아 있는 순환출자를 해소할 해법을 찾았다. 이번에도 분할합병을 활용했다. 롯데아이티테크를 제외한 5개 비상장사(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 부문을 롯데지주로 통합했다.



◇ 금산분리 준수·지주 체제 강화 실현…호텔롯데 상장은 미완

롯데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도 변곡점에 놓였다.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따라야 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금융 지주회사 외에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 출범 2년이 되는 2019년 10월 전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했다.

금융 계열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정공법과 해외 관계사를 활용하는 우회로를 모두 동원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외부로 팔았다.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였던 롯데캐피탈은 일본 관계사로 넘겨 그룹에 남겼다. 롯데지주 CFO이자 사내이사였던 이 고문은 신 회장과 황각규 당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했다.

롯데지주는 2019년 9월 롯데캐피탈 지분 전량(25.64%)을 일본 계열사인 롯데파이낸셜(Lotte Financial Corporation)로 처분했다. 롯데캐피탈 최대주주는 호텔롯데(39.37%), 2대주주는 일본기업 롯데파이낸셜(37.45%)로 주주 구성이 바뀌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다수 일본 ‘L투자회사’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금융 계열사 매각 거래는 2019년 10월 끝났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로 넘겼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와 관계기업으로 묶인 롯데역사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지분 7.1%를 가지고 있었다.

지주사에서 지배구조 개편 후속 작업을 지휘한 건 추광식 대표다. 2020년 이 고문 뒤를 이어 롯데지주 CFO(재무혁신실장)로 부임했다. 추 대표에게 주어진 임무는 계열사 지배력 확대를 통한 지주사 체제 안정화였다. 추 대표가 CFO로 있는 동안 롯데지주는 관계기업이었던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늘려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신 회장이 약속했던 호텔롯데 상장 과제가 남아 있다. 호텔롯데는 2016년 6월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뒤 IPO 재개 움직임이 없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비 작업의 마지막 퍼즐이다. 호텔롯데는 IPO로 신주를 공모해 일본 지분을 희석시킨 뒤 롯데지주에 편입하거나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롯데지주 아래로 들어올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호텔롯데가 보유 중인 롯데캐피탈 지분(32.59%)은 일본 관계사(롯데파이낸셜 등)로 넘기거나 외부로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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