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일진 인수 앞둔 롯데케미칼, '빅딜'일까 '악수'일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본업' 현금창출 우려…재무구조 향방 주목

박기수 기자  2022-09-30 16:43:1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일진머티리얼즈라는 대어를 낚으려는 롯데케미칼을 두고 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평 가운데 '오버페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눈 여겨볼 점 중 하나는 인수 주체인 롯데케미칼의 기초체력이다.

전통적으로 재무구조를 보수적으로 관리해왔던 기업답게 현 시점에서 기초체력은 훌륭한 편이다. 다만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악화와 더불어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현금창출 면에서 비우호적 상황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짙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률은 0.55%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이 수치는 0.29%까지 내려간다. 0%대 이익률은 근 10년 내 실적을 되돌아봐도 쉽게 찾기 힘든 수치다.

현금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으로 도는 현금흐름도 경색됐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연결 기준 EBITDA는 477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6369억원)의 29.3% 수준이다. 적었던 현금 유입에 운전자본투자와 자본적지출(CAPEX), 배당금지급 분을 모두 합산한 상반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조6233억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되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은 글로벌 경기와 궤를 함께 하는 편인데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해 글로벌 경기 침체 현상이 오면 석유화학 업체에게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라면서 "올해는 유가 상승, 공급 증가 등으로 연간으로 볼때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비율은 아직 빅딜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는 여전히 우량하다. 상반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52.09%다.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올해 벗어나기는 했으나 순차입금비율은 5.95%로 낮은 편이다.

다만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이후에도 전통적인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약 2조5000~2조7000억원의 자금을 소요할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일진머티리얼즈는 이후에도 수조원대 투자가 예고돼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내에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롯데케미칼의 자금 수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빅딜 성사 직전인 롯데케미칼을 둔 업계의 우려가 비롯되는 지점들이다.

빅딜을 앞두고 앞서 언급된 수익성 지표 악화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 말 롯데케미칼의 연결 이자보상배율은 1.11배로 '뚝' 떨어졌다. 작년 말 이 수치는 17.52배였다.

인수 소식을 접한 시장의 즉각적 반응은 부정적에 가깝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소식이 알려졌던 이달 28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8%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롯데케미칼의 인수 금액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