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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캐스팅보트' 쥔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매입 배경은

올해 주력 계열사 지분 틈틈이 매입...승계 과정에서 영향력 확대

조은아 기자  2022-05-12 11:19:58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4년 만의 침묵을 깨고 올들어 ㈜효성과 효성티앤씨를 비롯해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인 2017년 지분을 사들인 뒤 한동안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향후 경영권 향배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지주사 ㈜효성 지분율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현재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형제 경영이 안착한 모양새다. 지분 승계만 남아있는데 조 명예회장의 의중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1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조석래 명예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9.58%에 이른다. 주식 수는 201만8093주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9.43%(198만6333주)였으나 올해 3만1760주 증가했다. 지분 매입이 본격화한 건 2월이다. 2월부터 4월 말까지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다른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다. 주력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지분 역시 재차 매입 중이다. 효성티앤씨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19%에서 최근 8.44%로 높아졌다. 효성중공업 지분도 올해 5000주 이상 매입해 지분율이 10.18%에서 10.24%로 소폭 높아졌다. 효성화학에서도 2215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6.77%로 0.07%포인트 높아졌다. 주력 계열사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지분은 매입하지 않아 지분율이 여전히 10.18%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는 몇 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효성 주가는 지난해 7월 장중 12만원대도 넘겼으나 현재 8만~9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조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2월에는 8만원대도 위태위태했다.

효성티앤씨 주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장중 96만원도 넘겼던 주가는 5월 3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주가 역시 올들어 저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조 명예회장과 비슷한 시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자녀들도 지분을 매입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그룹 측은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입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향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는 효성그룹 승계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조현준 회장이 조 명예회장 대신 효성그룹의 회장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분 구조를 봤을 땐 조현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절대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주사 ㈜효성의 경우 조현준 회장의 지분율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율 차이는 0.52%포인트에 불과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경영 구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조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로 89세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는 5년이 다 돼간다. 이제 슬슬 지분 승계를 염두에 둬야할 시기이지만 오히려 ㈜효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매입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모양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세금 문제와도 직결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5곳의 지분 가치는 최근 주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11일 기준 6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조현준 회장 혹은 조현상 부회장이 조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막대한 규모의 증여세를 감당해야 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는 자산은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이 과정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간 증여일 경우 추가적으로 할증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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