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2025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그룹 전체적으로 고강도 쇄신에 나선 가운데 지원이 필요한 계열사에 유동성을 불어넣어주고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그룹 사업 방향성에 발맞춰 그룹 내 자원의 배분을 최적화해야 한다.
다만 롯데지주 자체 체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출범 때부터 차입금을 크게 안고 시작했고 이는 롯데지주에 여전한 부담이다. 화학·유통 등 그룹 주력사업의 영업여건 저하로 지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겨를이 없었다. 현금성자산이 적고 현금흐름 창출도 적은 만큼 롯데지주의 차입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위기 속에서도 롯데지주가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없는 이유다.
◇출범 당시 거대 차입금, 증가 추세…원리금상환 압박 '여전'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던 롯데케미칼의 사업부진과 더불어 유통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신동빈 회장이 2025년 경영 키워드로 ‘쇄신’을 제시한 가운데 불필요한 부문은 매각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된 신사업은 키우는 사업구조조정이 연초부터 한창이다. 작년 12월 롯데마트 수원 영통점, 롯데렌탈 지분 매각에 이어 올 초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하고 식품군에선 롯데웰푸드의 제빵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그룹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의 중심엔 롯데지주가 있어야 한다.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사업 방향성을 정하고 전략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역할이다. 이에 더해 위기 속 기회 모색을 위해서는 사업 정리와 동시에 새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이 역시 롯데지주 몫이다.
다만 롯데지주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계열사들의 ‘비빌 언덕’이 되기엔 체력이 넉넉치 않아 보인다. 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차입금은 4조원에 가깝다. 일 년 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보유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흐름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큰 규모다.
롯데지주는 지주사 출범 당시부터 커다란 차입금을 안고 시작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가지고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 24%를 롯데지주가 인수하기 위해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차입했다. 이후 차입금 축소를 과제로 삼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화학·유통 등 그룹 주력사업의 영업여건 저하로 지주의 차입금 해소가 어려웠다. 그 상태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2024년 3분기 별도기준 롯데지주 누적 매출액은 3099억원, 순손실 2081억원을 내며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순손실이 적자로 돌아선 데는 이자비용 영향이 컸다.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롯데지주 이자비용은 1324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지주 이자비용은 2021년 504억원, 2022년 876억원, 2023년 1483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현금성자산, 현금창출력↓…신성장동력 '유동성 공급' 기능 저하 우려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턱없이 작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5050억원가량이다. 2022년까지 점차 규모가 증가하다가 2023년부터 다시 고꾸라졌다. 현금흐름 규모도 크지 않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978억원가량의 영업현금흐름이 유입됐는데 같은 기간 이자비용보다도 적다.
롯데지주의 재무적 체력 저하는 계열사 지원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 롯데지주 자본적지출 및 투자 규모는 2023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롯데지주는 2020~2021년만해도 624억원, 856억원가량의 자본적지출을 단행했는데 2023년엔 38억원으로 그 규모가 크게 축소했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으론 27억원 지출했다.
투자자산의 처분 및 출자로 인한 순유출을 나타내는 ‘투자자산의 처분’ 현금흐름도 2023년 이후 꾸준한 감소추세다. 신규 출자가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차입금에 대한 원리금상환 압박 속에서 출자 및 지원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중심이 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그룹 내 자원을 적절히 재분배하려면 지주 내 어느 정도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지주의 체력이 저하되고 이 때문에 그룹 성장에 지주가 역할을 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