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자진 상장폐지 후 급성장을 거듭한 오스템임플란트의 남은 과업은 이사회를 포함한 거버넌스 정비다. 대규모 횡령 사건을 겪은 후 내실 강화를 포함한 자정 노력이 더해지며 적체했던 이사회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이지만 아직은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경영권을 확보한 PE가 엑시트 플랜으로 재상장을 노린다면 이사 성비부터 위원회 정비까지 의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기존 창업주 최규옥 전 회장은 회사에 남아 경영 자문역할을 이어가는 중인데 최근 복권된 점도 지켜볼 사안이다.
◇눈앞에 온 '자산총계 2조' 여성 임원 선임이 당면과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조처에 따라 올해 8월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회엔 큰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증선위로부터 해임 권고 조치를 받은 엄태관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엄 대표의 자리는 김해성 신임 대표가 채웠다.
김 신임 대표는 이달 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공식 선임됐다. 같은 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 자리에도 올랐다. 사내이사로만 15년 CEO로 7년을 재직한 엄 전 대표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인선 작업이었다.
엄 전 대표의 교체만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회가 본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긴 어렵다. 연결 자산총계가 2조원에 육박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회는 오로지 남성으로만 채워져 있다.
경영권을 쥔 MBK파트너스와 UCK 컨소시엄이 추후 엑시트플랜을 재상장으로 택할 경우 지분율상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단 뜻이다. 즉 오스템임플란트가 체급을 정비해 재상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이사회 멤버를 교체 충원하고 여성 멤버도 충원해야 한다.
오스템임플란트 정관에 규정된 이사 총수는 8명이다. 현재 이사 수는 총원에 1명 모자른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추가 인선 작업을 거쳐 여성 인사를 선임할 룸은 있다. 언뜻 보면 내부 충원의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현재로선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약 40명에 달하는 오스템임플란트 전체 임원진 가운데 여성 임원은 2024년 8월 기준 1명 뿐이다. 23년을 재직했던 김명덕 교육연구실장이 올해 7월 사임하면서 김진 오스템임플란트 디자인연구원장이 홍일점이 됐다.
◇창업주 최규옥 회장 복권 M&A 후에도 여전한 입지 기존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구성해 뒀던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사라진 것도 추후 정비할 부분이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역시 자산총계가 2조원이 넘는 주권상장법인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22년 6월 말부터 분기별로 경영 시스템을 개선한 내용을 공개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규모 횡령이 발생했던 걸 고려해 준법지원인 선임, 자금 집행과 잔고 관리 분리 시행 등의 장치도 마련했다. 수면 아래에 있던 투자심의위원회도 상장폐지 이후 공식화하면서 회사의 주요 투자 활동에 대해 이사회를 통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이사회 및 투자심의위원회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투자 규모는 50억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늘어난 체급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18년까지는 5억원 이상의 자산을 취득하거나 처분 또는 결손처리할 때 이사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했다. 2019년부터 한도를 50억원으로 높였다.
여전히 기존 창업주인 최규옥 전 회장은 회사에 남아 경영 자문역할을 이어가는 중이다. 마침 2024년 8월 2014년 형이 선고된 리베이트 및 해외법인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한 복권이 이뤄진 것도 주목할 일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최 전 회장이 치과 및 임플란트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대체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급성장한 근간에 최 전 회장이 형성한 국내외 치과의사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다. 최 회장은 치과의 출신이다. 특히 오스템임플란트는 최 회장이 치과의 경험을 살려 제품을 선택한 이후 식립이나 사후관리 등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운영해 왔다. 국내외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 비결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향후 전략이나 재상장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안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